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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날 갈릴래아 호숫가에서는 잠깐 동안이었지만 장엄한 하느님 나라가 펼쳐졌습니다!

오늘 우리가 봉독하는 두개의 독서, 이사야서와 마태오 복음서의 분위기는 기쁨으로 충만한 축제의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 나즈막한 언덕에 자리잡고 앉으셨습니다.

그러자 큰 무리의 군중이 예수님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군중 가운데는 수많은 환자들도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들을 예수님 발치 앞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강도 높은 복음선포 여정으로 인해 무척이나 피곤하셨음에도, 예수님께서는 한명 한명 일대 일로 환자들과 접촉하십니다. 그 자리에서 즉시, 그들 평생의 소원이었던 치유를 선물로 건네셨습니다.

오랜 불치병에서 해방된 사람들은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간병하느라 고생했던 환자의 가족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두가 행복해하고 황홀해했습니다. 모두가 경탄해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여기 저기 찬미와 감사의 찬가도 울려 퍼졌습니다. 이렇게 그날 갈릴래아 호숫가에서는 잠깐 동안이었지만 장엄한 하느님 나라가 펼쳐졌습니다.

이런 면에서 예수님과 동시대를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둘도 없는 행운아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지상생활 여정을 통해, 잠깐 동안이었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지상 천국’을 맛보게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 보시기에 잠깐 동안의 천국은 2퍼센트 부족해 보였습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우리나라의 속담을 이미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도 듣고, 치유의 선물도 받고 뛸듯이 기뻐했지만, 뭔가 살짝 부족했습니다. 예수님께 매료된 군중은 죽기살기로 예수님 뒤를 따라다니느라 사흘간이나 굶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길에서 쓰러질 지 모르니 그들을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마태오 복음 15장 32절)

백성을 향한 연민과 측은지심으로 가득하셨던 예수님께서는 치유 뿐만 아니라 먹을 양식까지 챙겨주고 계십니다. 이 얼마나 은혜롭고 감사한 일인지요?

예수님께서는 좋은 말씀과 삶의 모범 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분께서는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육체적인 질병을 실제로 고쳐주셨습니다. 육체적인 굶주림도 해소시켜 주셨습니다.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신 기적사화를 영적으로, 상징으로만 해석해서는 절대 안될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인간의 육체적인 필요성을 눈여겨 보십니다. 우리 인간이 느끼는 고통을 당신도 느끼고 계십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간절히 바라고 계시는 바 한 가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건강을 잘 유지하고, 굶주리지 않고, 고통받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동료 인간들의 추위와 굶주림, 결핍과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들이 영적으로는 물론 육적으로, 결국 전인적(全人的)으로 구원되도록 돕고, 그를 통해 천상 잔치에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동반해야 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