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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만 구원되기 위해 기도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구원되기 위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11월23일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감언이설로 선량한 양들을 현혹시키면서 자신의 배와 호주머니를 가득 채우는 사이비 교주들이 자주 사용하는 성경 해석 방법이 자의적(恣意的) 해석입니다.

오늘 요한 묵시록에는 그들이 ‘이게 웬 떡이냐?’며 애용하는 숫자가 등장하는데, 십사만 사천입니다.이마에 어린 양의 이름과 그 아버지의 이름이 적혀 있는 십사만 사천 명! 이들은 곧 마지막 날, 영광스럽게 나타나실 예수님과 함께 구원과 영원한 생명에 참여할, 뽑힌 사람들의 무리를 의미합니다.

사이비 교주들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외칩니다. 자신이 그 무리 안에 들게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라고! 그 안에 들려면 일인당 큰 거 한 장씩 들고 오라고! 이미 사전 예약된 사람들이 많고, 그리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서두르라고!

참으로 웃기는 짬뽕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사이비들은 그렇다 치고, 그런 허황된 속임수에 넘어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웃기는 사람들입니까?

요한 묵시록을 읽다보면 여러 숫자들이 등장하는데, 다들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3은 하느님의 영역, 4는 인간세계, 3+4=7, 따라서 7은 완전함, 충만함을 의미합니다. 6은 완전함을 상징하는 7이라는 수에서 하나가 빠지니, 불완전함, 나쁨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666이라는 숫자는 나쁜 게 총집합했으니 큰 악을 상징합니다.

12는 유다 열두 지파를 상징하는 좋은 수 입니다. 1,000은 완벽하고 충만한 최고의 숫자입니다. 그렇다면 144,000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구약의 12지파 x 신약의 12사도 x 1,000 = 144,000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예수님으로 인해 구원된 새로운 하느님 백성 전체, 순례하는 교회 공동체 구성원 전체를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144,000명라는 숫자에만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구원의 문을 144,000명에게만 살짝 열어주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하느님 백성 전체를 향해 활짝 열어놓고 계시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어야겠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사이비 교주들 참으로 나쁜 사람들입니다. 인간 말종이며 어둠과 사탄의 세력들이 분명합니다. 지들이 대체 뭔데, 예수님께서 활짝 열어놓으신 구원의 문을 여느니 닫느니 하는지, 생각할수록 헛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오늘 루카 복음 사가는 144,000명 안에 가장 먼저 들어갈 한 사람을 소개하는데, 유다 지도층 인사들이 들었으면 펄펄 뛸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찢어질 듯이 가난한 사람, 헌금함에 겨우 렙톤 두 닢을 예물로 넣은 가난한 과부였습니다. 결국 144,000명 안에 가장 먼저 들어갈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이 세상에서 갖은 고통을 겪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144,000명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존재라고 여기는 겸손한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하느님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100퍼센트 144,000명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는 백퍼센트 144,000명 안에 들어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입니다. 지상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면서 가난한 사람들 업신여기는 사람들입니다.

교만하게도 자신이 144,000명 안에 들 사람들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큰소리치는 사이비 지도자들입니다. 은혜롭게도 우리 그리스도교는 구원과 영원한 생명 앞에서 폐쇄된 교회가 절대 아닙니다. 그 어떤 존재이든 지금 살아숨쉬고 있는 존재 모두에게 그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는 열린 교회입니다. 타종교인들,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절대 배제시키지 않습니다.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서 나만 선택되어 인장이 찍혀있고 내가 사랑했고, 한평생 나와 동고동락했던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은 그 영광을 입지 못해 가슴을 치고 울부짖고 있다면, 내 한 몸 구원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의 구원 역시 공동체성을 지녀야 마땅합니다. 나만 구원되기 위해 기도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구원되기 위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나만 인장을 받을 것이 아니라 죄와 결핍 투성이인 이웃들도 함께 인장을 받게 되기를 간절히 청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