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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느님은 우리의 고통과 실패에 함께 가슴 아파하시며 우시는 연민과 측은지심의 주님이십니다!

  • 11월19일 [연중 제33주간 목요일]

하느님이셨지만 철저하게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 조건을 지니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따라서 지상 생활 내내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가 느끼는 삶의 희로애락을 똑같이 느끼셨을 것입니다.

보람되고 기쁜 일이 생겼을 때는 큰 목소리로 껄껄 웃으셨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겪고 있는 슬픈 일 앞에서는 마치 내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슴아파하시며 눈물도 흘리셨습니다.

죄투성이인 우리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계신 메시아가 아니라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시는 분, 우리와 동고동락하시는 예수님이 너무 좋습니다.

한없이 부족한 인간들과 마주 앉아 소주잔을 주고받는 메시아, 한잔 술에 기분이 좋아져 죄인인 인간들과 밤늦도록 어깨동무하고 노래 부르는 메시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메시아…

우리의 하느님은 이처럼 따뜻하고 친근한 분이십니다. 우리와 멀찍이 떨어져 계신 분이 아니라 키 작은 우리를 위해 당신의 키를 낮추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낯설어 하실까봐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오신 겸손의 메시아이십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서도 예수님의 그런 인간미를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당신 사명을 완수할 장소 예루살렘이 코앞입니다. 당신께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할일은 태산입니다. 그런 안타까움 때문인지, 예수님께서 멀리 예루살렘 도성을 바라보시며 우십니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인간을 보시며 우십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깨닫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며, 회개하지 않는 인간을 보시고 우시는 것입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끝끝내 당신께 돌아서지 않는 오늘 우리를 바라보시며 울고 계실 것입니다. 예수님 당신께서 애지중지하시는 예루살렘, 그리고 동족 이스라엘 백성, 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들을 보시고 울고 계신다는 것, 참으로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최근 언제 울었었나 뒤돌아보니, 너무나 오래 되서 깜짝 놀랐습니다. 눈물을 애써 감추며 살아왔다는 생각에 갑작스레 서글픈 마음도 듭니다.

인간은 언제 울까요? 사랑이 떠나갈 때 펑펑 웁니다. 철저히 무시당하고 삶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때 눈물을 쏟습니다.

오늘도 우리의 배은망덕과 무관심으로 인해 하느님의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우리의 불신과 교만으로 인해 하느님께서 펑펑 눈물을 흘리십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또 다른 하늘, 또 다른 세상, 구중궁궐 깊은 어좌에 앉아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우리와 나란히 보폭을 맞추며 동행하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고통과 실패에 함께 가슴 아파하시며 우시는 연민과 측은지심의 주님이십니다. 그분은 우리들의 삶 한 가운데 생생히 살아계시며, 다정다감한 친구처럼 우리를 챙겨주시는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