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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날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다가올 것입니다. 그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우리 주님이십니다!

11월13일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해루질을 해보니 은근 중독성이 있습니다. 쏟아져내리는 별들을 등에 이고, 광활한 밤바다 이곳저곳을 샅샅이 훑어 다니다보면, 여기저기서 게나 물고기, 골뱅이나 소라가 갑자기 나타나는데, 손에 넣기라도 하면 로또라도 당첨된듯 기분이 좋아집니다.

성공적인 해루질의 관건은 뭐니뭐니해도 강력한 밝기의 랜턴에 달려있습니다. 평소 쓰던 랜턴이 빈약해서 새로 하나 장만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랜턴을 켜면 대낮처럼 밝아졌습니다. 희미한 바닷물 속도 시원시원하게 보이니 수확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강력한 밝기의 랜턴이었는데, 동녁에 해가 떠오르니, 즉시 별 것 아닌 초라한 존재로 전락해버리더군요. 강렬한 태양빛 앞에 가로등이나 랜턴 등 모든 빛이 존재감이나 가치를 상실해버렸습니다.

언젠가 사람의 아들이 영광 중에 나타나셔서 세상과 인간을 심판하실 때, 가장 중요하고 영속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그날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오시는 주님! 그분 자체일 것입니다.

주님께서 재림하시는 날, 그분의 등장 앞에 다른 모든 존재나 대상들은 즉시 그 가치를 상실하고 맙니다. 마치 강렬한 태양 앞에 촛불 한 자루처럼 말입니다.

그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날 유일한 의미요 가치인 주님을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는가? 우리가 그분의 말씀을 얼마나 잘 경청하고 실천했는가? 우리가 그분을 얼마나 빼닮았는가? 우리가 그분의 삶과 죽음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는가? 바로 그것이겠습니다.

유다인들은 메시아께서 과월절 날 밤에 오실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 밤은 심판이 시작되는 날, 그 밤에 주님께서 첫 단계로 하실 일이 악인들로부터 의인들을 분리시키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의인들은 하느님께 봉헌될 것이며, 악인들은 영원한 지옥에 버려질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천국과 지옥, 갈림길의 기준에 대해서 루카 복음 사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루카 복음 17장 34~35절)

무시무시한 예수님 말씀의 진의를 묵상해봅니다. 예수님 말씀은 일종의 강력한 경고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먹고 마시고 즐기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 영적인 삶, 하느님 중심의 삶은 뒷전인채, 오로지 은행 잔고 늘이는데만 전념하는 사람들을 향한 애끓는 경고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오심을 늘 염두에 두고, 현세의 삶도 최선을 다하지만, 또 다른 삶, 영적인 삶, 하느님 안에서의 삶에도 소홀하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분 나라에서의 영원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날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다가올 것입니다. 그날 우리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빨리 사라질 것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죽기 살기로 쌓아올린 명예와 재산, 한평생 추구했던 자리와 학벌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 마지막 날 우리 앞에 남게 될 것은 그간 우리가 쌓아왔던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작은 선행, 따뜻한 마음일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