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나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구원받는 것이 참 하느님의 뜻입니다!

11월4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연중 제31주간 수요일]

먼지 자욱한 황량하고 험난한 이 세상, 끊이지 않는 고통과 악이 창궐하는 이 세상,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상을 살아가는 오늘 우리에게, 바오로 사도께서 건네시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이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힘쓰십시오. 무슨 일이든 투덜거리거나 따지지 말고 하십시오. 그리하여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 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필리피서 2장 12절, 14~15절)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감동입니다. 명문장입니다. 동시에 오늘 우리들의 정곡을 콕콕 찌릅니다. 오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씀들입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힘쓰십시오.”
한때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로 여기고 헛발질을 하던 바오로 사도, 그러나 크신 주님 자비에 힘입어, 무엇이 진리인지를 온몸으로 깨달은 바오로 사도였습니다.

이제 그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을 통한 구원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은총 체험 이후 바오로 사도의 가장 큰 관심은 자신에게 맡겨진 사람들 영혼의 구원이었습니다. 그냥, 적당히, 쉬엄쉬엄이 아닙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 각자의 구원을 위해 힘쓰라고 하십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 가운데 ‘너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란 표현을 눈여겨봐야겠습니다.
복수형입니다.

결국 바오로 사도는 나 자신 개인의 구원을 위해 전력투구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 다시 말해서 함께! 공동체적인 구원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맛있는 음식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먹어야 그 맛이 더합니다. 좋은 경치 역시 혼자는 별 의미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봐야 풍광이 더욱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구원과 영원한 생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불붙는 지옥에서 부르짖고 있거나, 연옥벌을 받으며 쌩고생하고 있는데, 나만 떡 하니 천국에 와있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결국 나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구원받는 것이 참 하느님의 뜻입니다.

“무슨 일이든 투덜거리거나 따지지 말고 하십시오.”

투덜거림, 불평불만이 일상인 우리의 가슴을 확 내리치는 강렬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불평불만의 원조는 이스라엘 백성이었습니다. 영도자 모세의 인도 아래 노예살이하던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불평불만의 전문가였습니다.

이집트에서 불러내신 주님께서 어련히 잘 인도해주실텐데, 일단 무사히 탈출했으니 마음 너그럽게 먹고 기다려면 될텐데, 조급증이 심한 이스라엘 백성들이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여기저기 불평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빨리 우리 눈앞에 펼쳐지지 않는가? 왜 집행부는 정확한 스케줄을 제시하지 않는가? 민족의 영도자라는 모세는 왜 저리 동작이 느린가? 왜 좀 더 맛있고 다양한 급식을 제공하지 않고, 줄창 맛대가리도 없는 만나와 메추라기만 먹도록 하는가? 왜 우리를 잘 지내고 있던 이집트에서 빼냈는가?”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불만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주님의 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불평불만한다는 것, 투덜투덜거리는 것은 주님을 거스른다는 것, 주님을 불신한다는 것입니다. 불평불만은 주님께 불순명한다는 것입니다. 불평불만의 대가(大家)요 전문가들인 우리들입니다. 불평불만은 하느님을 욕되게 하는 행위인 동시에, 공동체를 파괴하고 분열시키는 행위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권고를 백번이고 천번이고 마음에 깊이 새겨야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투덜거리거나 따지지 말고 하십시오. 그리하여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