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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늘 이 하루를 사랑의 화단으로

10월11일 [연중 제28주일]

“하늘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그는 종들을 보내어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을 불러오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오려고 하지 않았다.”

수도회 큰 행사를 치룰 때 마다 지니게 되는 큰 고민꺼리가 하나 있습니다. 과연 이 행사에 사람들이 얼마나 호응해주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올 것인가, 하는 걱정입니다.

언젠가 꽤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대단한 의욕과 함께 많은 정성과 공을 들여 행사를 준비한 적이 있었습니다. 초대장도 만들어 발송했습니다. 현수막도 크게 내걸었습니다.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이제 사람들을 맞이할 순간이 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모로 일이 꼬였습니다.
정작 시작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객석은 반도 차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날씨고 궂은 데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 다른 곳에서 비슷한 행사가 개최되었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적극적인 홍보가 부족했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날의 난감함을 떠올리면 등에서 식은땀이 다 흐를 지경입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다양한 형태의 초대장이 우리를 부릅니다. 백일 돌잔치 초대장, 결혼식 초대장, 칠순 잔치 초대장, 부고장, 서품식 초대장, 이취임식 초대장…

여러 모습의 초대 가운데 가장 기대되고 생각만 해도 행복한 초대는 어떤 초대입니까? 그 초대는 아마도 격식을 제대로 갖춘 초대, 앉는 자리가 구별된 사람 차별하는 초대, 그래서 꽤나 경직되고 부담스런 초대는 절대로 아니겠지요.

그보다는 보고 싶은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잔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는 편안한 잔치, 그간 쌓인 스트레스가 일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잔치, 그래서 다시금 에너지를 얻고 희망을 안고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잔치가 아닐까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런 초대보다 훨씬 행복하고 아름다운 초대가 매일 무상으로, 지속적으로 주어지니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릅니다.

매일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성체성사에로의 초대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갈 때마다 마음의 짐, 죄의 굴레를 말끔히 씻어주는 화해성사에로의 초대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내 작은 관심과 기여로 천국을 체험할 수 있는 배품과 나눔에로의 초대, 내 작은 기도와 친절로 고통 받는 이웃들의 얼굴에 미소를 되찾아 줄 수 있는 사랑에로의 초대…

오늘도 주님께서는 다양한 형태의 초대장을 우리 각자에게 발송하고 계시는데, 초대장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초대장은 ‘사랑의 초대장’입니다.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초대장, 그 뜨거운 하느님 사랑을 안고 이웃들에게 더 깊은 사랑을 실천하라는 사랑의 초대장.

사랑에로 초대받고 사랑에로 초대하며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이 하루를 사랑의 화단으로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