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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결정적으로 회개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두는 개방성이 필요합니다!

9월27일 [연중 제26주일]

오늘 복음의 무대 위에는 전혀 다른 두 아들이 등장합니다. ‘츤데레’ 맏아들과 ‘따로 국밥’둘째 아들입니다.

때는 농번기였던가 봅니다. 아버지께서는 아침 식탁에 앉은 두 아들에게 포도밭에 가서 일 좀 하자고 초대합니다.

아버지께서는 먼저 맏아들의 얼굴을 쳐다보니,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흔들며 “싫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아침부터 날씨는 푹푹 찌는데, 오늘 하루는 집에서 푹 좀 쉬고 싶었는데, 아버지로부터 ‘일하러 가자!’는 말을 들은 맏아들은 갑자기 짜증이 확 났던 것입니다.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밥 숟가락을 식탁 위에 탁 놓은 다음, 자기 방으로 들어온 맏아들의 모습이 참으로 솔직하고 인간적입니다. 마치 오늘 우리들의 얼굴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맏아들은 몇초 지나지 않아 즉시 후회합니다. ‘동생 저거는 분명히 밭에 안 갈거고, 혹시 아버지 혼자 퇴약볕 아래 일하시다가 쓰러지시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도 밀려왔습니다.

맏아들은 즉시 마음을 고쳐먹고, 궁시렁궁시렁, 투덜투덜거리면서 포도밭으로 일하러 갔습니다. 분명 싫다고 말해놓고, 어느새 포도밭에 먼저 도착해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맏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뿌듯하고 기쁘겠습니까?

아버지의 흐뭇한 미소를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 역시 눈녹듯이 풀렸을 것입니다. 참으로 훈훈한 광경입니다.

그런데 ‘말 따로 행동 따로’‘ 따로 국밥’ 둘째 아들은 어떠했습니까? 대답 하나는 시원시원합니다. 말로는 순식간에 만리장성을 쌓습니다. 입으로는 뭐든 못할게 없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요청 앞에 둘째 아들은 지체없이 대답했습니다. “가겠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솔직히 가야겠다고 마음도 먹었습니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침 밥 먹고 나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가야지!’ 했는데, 마침 티비를 켜니 절찬리에 방영중인 아침 드라마가 한창입니다. ‘요것만 보고 일어나야지!’ 했었는데,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요란스레 전화기 벨이 울려 받아보니 친구들이 다 모여있고, 선수 한명이 부족하답니다. 이미 포도밭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신나게 축구 한 게임 뛰고 난 후, 뒷풀이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나니, 해는 벌써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운데도 그런 사람 많습니다. 세례나 성사(聖事), 서원이나 서품을 통해 엄숙하면서도 단호하게 ‘예!’라고 대답은 얼마나 잘하는지 모릅니다. ‘믿습니다!’ ‘끊어버립니다!’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절대 순명하겠습니다!’ 그러나 그저 말 뿐입니다.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계획서는 거창하나 결실은 초라하고 보잘 것 없습니다. 전형적인 둘째 아들입니다. 하느님께서 크게 슬퍼하시고 실망하실 모습입니다. 오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간절히 바라시는 바는 둘째 아들에서 맏아들로 건너가려는 노력입니다. 결국 참된 마음의 변화, 진정성 있는 회개입니다.

예수님 시대 세리와 창녀들은 사실 바르지 못한 길을 걷고 있었고, 하느님의 말씀에 순명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삶 전체가 죄 덩어리였습니다.

그러나 회개와 개심(改心)의 요청이 당도하자 즉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랬더니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하느님 나라가 선물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우리가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을 걱정할 수 있겠지만, 교회 안에 속해 있다고 안심해서도 안됩니다. 교회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부르심을 받은 것, 결심하고 서원한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마음을 크게 고쳐먹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금 즉시 생활을 개선을 마음의 태세가 중요합니다.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결정적으로 회개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두는 개방성이 필요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