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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죽음이 다가온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죽음의 그림자는 새로운 생명의 서곡이기 때문입니다!

9월26일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오늘 코헬렛은 열흘 붉은 꽃 없고, 달도 차면 기울듯이,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을 장엄한 한 편의 시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젊은이야, 네 젊은 시절에 즐기고, 젊음의 날에 네 마음이 너를 기쁘게 하도록 하여라. 젊음의 날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코헬렛 11장 9절, 12절)

인간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세월을 거스를수 없다는 것을 코헬렛은 온 몸으로 절절히 체험했겠지요. 저자는 그러한 자신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오늘 우리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건네고 있습니다.

인간은 나이들어 늙고 나서가 아니라, 젊은 시절에 자신의 인생과 그 인생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라고 당부합니다. 또한 그 모든 기쁨은 주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므로 감사히 받아들일 것을 강조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백번 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이들어 골골하니 그 아무리 좋은 풍경도, 그 어떤 산해진미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기도나 영적생활 역시 젊은 시절에 그 맛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은 바쁘니 좀 더 나이들면 기도를 시작해야지!’ 하는 사람치고 성공하는 사람 별로 못봤습니다.

나이들어갈수록 기력도 떨어지고, 여기 저기 쑤시고 아프기 시작하면 기도도 힘들어서 못합니다. 그러니 기도를 미루지 말고, 한살이라도 젊을 때 본격적으로 기도를 시작하고, 그 깊은 맛을 들이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이 점점 심각해집니다. 급격한 노령화 탓인지, 어린 아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 같은 간판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근근히 마을을 지켜오시던 주민들도 점점 노쇠해지셔서, 동네 전체가 생명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코헬렛은 불행한 날에 만나게 될 끔찍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비가 오고 구름이 몰려오는 날은 희망이 사라진 노년기를 상징합니다. 파괴된 집은 노년기에 맞이할 고통을 의미합니다.

“해와 빛,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고, 비 온 뒤 구름이 다시 몰려오기 전에 그분을 기억하여라. 그때 집을 지키는 자들은 흐느적거리고, 힘센 사내들은 등이 굽는다. 맷돌 가는 여종의 수가 줄어 손을 놓고, 창문으로 내다보던 여인들을 생기를 잃는다.

오르막을 두려워하게 되고, 길에서는 무서움이 앞선다. 편도나무는 꽃이 한창이고, 메뚜기는 살이 오르며, 참양각초는 싹을 터트리는데, 인간은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가야만 하고, 거기에는 조객들이 돌아다닌다.”(코헬렛 12장 3~5절)

“오르막을 두려워하게 되고.”라는 표현이 어찌 그리 제게 ‘확!’ 와 닿는지 모릅니다. 한 며칠 허리가 삐끗해서 거동이 많이 불편했었는데, 오르막이 그리도 두려웠습니다. 노쇠한 어르신들이 하루 하루 얼마나 힘겹게 견뎌내시고 계시는가를 온 몸으로 체험했습니다.한 인간이 수명을 다해가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현실이 있습니다. 노화와 그로 인한 고통들입니다. 심각한 정신적, 심리적, 육체적 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심연의 고독과 소외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헬렛은 노화로 인한 고통과 슬픔의 순간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외칩니다. “여러분들, 이제는 하느님을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하느님과의 만남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하느님의 집을 향한 여행 가방을 쌀 시간입니다.”

나이 들어간다고,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인간의 마지막 운명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 새로운 시작의 서곡이기 때문입니다.

“먼지는 전에 있던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코헬렛 2장 7절)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