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정의와 공정을 실천함이, 주님께는 제물보다 낫다!

9월22일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누군가가 제게 각별히 좋아하는 구약 성경을 꼽으라 하신다면 코헬렛과 잠언이라고 말합니다.
코헬렛과 잠언은 구약 성경 속 지혜 문학의 쌍두마차입니다.

코헬렛은 인생의 산전수전과 허망함을 경험한 현인의 지혜로 가득합니다. 모든 것이 헛된 인생사안에서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만이 최고의 선택임을 강조합니다.

반면에 잠언은 각자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지혜를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룹니다. 잠언이 다루는 주제는 오늘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일 직면하는 문제들입니다.

가끔씩 세상과 인간에 대해 실망하고 좌절할 때,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섰을 때, 제가 즉시 펴드는 책이 코헬렛이요 잠언입니다. 쿵쾅거리는 마음을 일단 진정시킨 후, 심호흡을 좀 하다, 천천히 코헬렛과 잠언을 펴서 읽기 시작하면, 오래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마음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잠언 속 지혜의 스승들이 외치는 권고들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촌철살인의 말씀은 오늘 우리들을 자극하고 일깨웁니다. 지혜의 스승들은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잠깐 브레이크를 잡으라고 외칩니다. 급히 가던 길을 멈추게 하고,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라고 권고합니다.

잠언 속 현인들은 분노하고 힘겨워하는 우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정시킵니다. 한 걸음 물러나서 사건을 바라보도록 초대합니다. 문제를 한템포 늦춰서 바라보도록, 객관적 입장,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도록 요청합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도록 안내합니다.

대표 저자인 솔로몬은 잠언을 통해 거룩하고 고상한 일들 뿐만 아니라, 의식주를 포함한 매일의 평범한 일상 안에서도 하느님께서 현존하시고 역사하시기에, 주님 마음에 들게, 지혜롭게 처신할 것을 당부합니다.

솔로몬은 참으로 박학다식했고, 지적 탐구심이 강했습니다. 그는 한 인간의 구체적이고 세부족인 삶의 요소 하나 하나를 주님 지혜의 눈으로 바라고자 노력했습니다. 그의 관심은 끝도 없었습니다. 개인의 행실, 남녀관계, 사업, 부, 자선, 야망, 훈육, 빚, 육아, 성품, 술, 정치, 복수, 경건… 그 숱한 주제들에 대해서 잠언은 소상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잠언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지혜를 구하고, 얻고, 깨달으라고 권고합니다. 잠언은 또한 반복하여 주님을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강조합니다.

잠언은 금언, 비유, 속담, 격언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한자어 ‘잠언'(箴言)을 풀이하면 ‘바늘로 찌르는 말씀’입니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잠언 내용의 대부분은 금언, 속담, 격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짤막하고 간결합니다, 읽어 내려가다보면 요즘 시대와 부합하지 않은 부분도 있으니 잘 새겨서 읽으셔야 합니다.

“아이를 훈육하는 데에 주저하지 마라. 때로 때려도 죽지는 않는다. 아이를 매로 때리는 것은 그의 목숨을 저승에서 구해 해는 일이다.”(잠언 23장 13~14절)

자녀 교육에 있어 체벌을 정당화하는 뉘앙스인데, 요즘 그랬다가는 큰 일 나니 절대로 그러시면 안 됩니다. 반면에 오늘 날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유용한 구절이 있으니 바로 술꾼들에 대한 충고 말씀입니다.

“빛깔이 좋다고 술을 들여다보지 마라. 그것이 잔 속에서 광채를 낸다고 해도, 목구멍에 매끄럽게 넘어간다 해도 그러지 마라. 결국은 뱀처럼 물고 살무사처럼 독을 쏜다. 네 눈은 이상한 것들을 보게 되고 네 마음은 괴상한 소리를 지껄이게 된다. 너는 바다 한 가운데에 누운 자와 같고 돛대 꼭대기에 누운 자와 같아진다. ‘사람들이 날 때려도 난 아프지 않아. 사람들이 날 쳐도 난 아무렇지 않아. 언제면 술이 깨지? 그러면 다시 술을 찾아 나서야지!’ 하고 말한다.”(잠언 23장 31~35절)

술로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진작 읽었으면 참 좋았을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로 봉독하는 말씀들도 귀담아 들을만 합니다.

“정의와 공정을 실천함이, 주님께는 제물보다 낫다.”(잠언 21장 3절)
“빈곤한 이의 울부짖음에 귀를 막는 자는, 자기가 부르짖을 때에도 대답을 얻지 못한다.”(잠언 21장 12절)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