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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수님 앞에 힘들면 힘들다고 말씀드리는 것, 아주 좋은 기도입니다!

7월29일 [성녀 마르타 기념일]

예수님의 주변 인물들 가운데 참으로 특별한 여인이 있었으니, 요즘으로 치면, 열혈 성모 회장님 격인 베타니아의 마르타입니다.

우선 그녀는 성격이 무척이나 활달하고 괄괄했습니다. 적극적이고 헌신적이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수시로 라자로·마리아·마르타의 집을 드나드셨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잔뜩 굶주린 장정들이 우르르 나타나면 마르타는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로 ‘오신다면 오신다고 미리 기별이라도 해주시면 어디 덧날까?’하며 속으로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언제나 지극정성으로 예수님과 제자들의 식사며 잠자리를 제공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을 위해 마르타가 3년 동안 구워낸 빵만 해도 엄청날 것입니다.
소요된 밀가루만 해도 수십 가마니였을 것입니다.
청소기며 세탁기를 돌리고 또 돌렸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마르타는 예수님과 허물없이 지내기로 유명했습니다.
마치 가족처럼, 친 오빠처럼 부담없이 예수님을 대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한번은 갑작스레 밀어닥친 손님들 대접에 정신없이 바쁘던 마르타가 동생 마르타를 찾아보니 예수님 발치에 넋나간 얼굴로 앉아 있었습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마르타는 볼맨 목소리로 예수님께 따지기도 했습니다.

“예수님! 이거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닙니까?
저는 예수님과 제자들 식사 준비한다고 손이 열개라도 부족한 형편인데, 마리아 저거 보십시오. 저렇게 속도 없고 눈치도 없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마리아 때문에 제가 속터져 죽겠습니다.
제발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저를 도와주라고 말씀해주십시오.”

또 다른 예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오빠 라자로의 죽음 앞에 너무나 속상했던 마르타는 늑장을 부리신 예수님께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출했습니다.

“예수님, 대체 뭐 하시다가 이제야 나타나십니까?
다른 사람은 다 고쳐주셔놓고, 왜 절친인 오빠는 그냥 죽게 놔주셨습니까?
그동안 저희 집에 오셔서 드신 끼니가 몇번이나 되는지 아십니까?
그렇게까지 대접 받아놓고 이거 너무 하신거 아닙니까?
조금만 빨리 와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하십니다.”

보십시오.
마르타는 예수님과 막역지간으로 지냈습니다.
불편한 것이 있으면 불편하다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속상하다고 솔직하게 예수님께 털어놓았습니다.

어찌보면 예수님과의 관계 안에서 마르타가 보여준 모습은 아주 좋은 기도의 모습입니다.
예수님 앞에 힘들면 힘들다고 말씀드리는 것, 아주 좋은 기도입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 앞에서 예수님 앞에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울고 부르짖는 것, 아주 좋은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마르타가 취한 태도, 마르타의 솔직한 모습을 지니기를 원하십니다.
마르타에게 예수님은 두려운 분이 아니었습니다.
어렵고 부담스런 분도 아니었습니다.
지극히 편안하고 다정하신 분, 뭐든 털어놔도 싫은 기색하지 않는 따뜻한 친정 오빠 같은 분이었습니다.
이런 마르타였기에 그녀 신앙은 일취월장, 급성장을 거듭합니다.
도통 이해할 수 없었고 억울하기만 했던 오빠 라자로의 죽음에 담긴 의미를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마르타는 예수님께서 죽음조차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전능하신 주님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분 앞에 죽음은 더 이상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에로 옮아감이라는 진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감동적인 신앙 고백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예, 주님! 저는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
(요한 복음 11장 27절)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