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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로운 혈연관계의 장(場)인 교회를 통해 장차 완성될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맛볼 수 있습니다!

7월21일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는 ‘진정한 가족’에 대한 가르침을 끝으로 적대자들과의 격렬한 논쟁을 일단락 짓습니다. 그런데 가르침의 내용이 알쏭달쏭하고 긴가민가합니다. 잘 새겨 들어야 할 말씀이 분명합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오 복음 12장 48~50절)

예수님께서는 먼저 놀라운 질문 한 가지를 던지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사실 둘러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나자렛 사람이고, 그의 어머니와 사촌 형제들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질문하고 계시는 바는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수님께서 출가하신 이후 자신의 어머니와 사촌 형제들과 완전히 결별하였기에, 더 이상 그들을 혈연으로 인정하지 않음을 말씀하시려는 것도 아닙니다.

말씀의 요지는 다른 데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 사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마태오 복음 12장 49절) ‘가리키시며!’ 이 말의 다른 표현은 “당신의 제자들 위에 손을 뻗치시며 이르셨다.”입니다.

‘손을 뻗치시며!’ 라는 표현은 ‘소유’를 의미하는 동작입니다. 둘러서 있는 제자들이 이제 당신께 속하는 존재라는 표현입니다. 동시에 그들을 축복하신다는 표현입니다.

이제 예수님 주변에 둘러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예수님께 속한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예수님 안에 새로운 영적 가족입니다. 더 나아가서 그들은 모두 예수님과 피를 나눈 형제요 자매인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예수님께서 현존하시는 성찬 식탁에 둘러서 있는 우리 모두는 그분 안에 새로운 영적 가족입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를 나누어 먹고 마시는 참된 가족입니다. 성찬례에 참석한 우리 모두는 이제 남남이 아니라 세상 둘도 없는 가족인 것입니다.

기존의 혈연이나 종족, 가족이라는 자연적 관계, 민족적 단일성, 이러한 것들이 더 이상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관계들이 아무리 끈끈하고 강력하다 할지라도, 살아계신 하느님의 절박한 요구는 그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란 세상 모든 가치들에 앞서 하느님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하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나 친척, 혈연을 무시하거나 소홀히하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가?’ 하는 화두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아야겠습니다.

예수님을 가까이 따랐던 열두 사도가 새로운 예수님의 영적 가족이 된 것처럼, 오늘날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예수님께 봉헌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분의 가족으로 수용됩니다.

새로운 혈연 관계가 풍성하게 이루어지는 교회의 영적 가족을 통해 우리는 장차 완성될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맛보고 체험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온전히 받아들임을 통해 그분의 형제가 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이요 은총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