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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기도하면서 하느님 은총과 축복의 때를 기다립시다!

6월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날/연중 제12주간 목요일]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피정객들이 뚝! 끊긴 관계로, 저희는 요즘 드넓은 피정 센터 주변 환경 정비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작업이 예초작업입니다. 지하 창고에서 잠자고 있던 예초기들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런데 예초기 다루는 일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오래된 것들이라 그런지 틈만 나면 고장이 납니다. 잘 돌아가다가도 수시로 멈춰버립니다. 하도 자주 고장이 나다보니 요즘은 조금 요령이 생겼습니다.

오래 돌려 열이 나면 일단 시동을 끄고 좀 식혀줘야 한다는 것. 연료로 사용되는 휘발유와 엔진오일의 배합을 딱 맞게 해줘야 된다는 것. 절대 기계를 옆으로 넘어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한 마디로 까칠하고 예민한 친구 다루듯이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북한 지도부를 바라보며 그들이 마치 예초기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래 사용해서 자주 열받고, 자주 멈춰버리고, 자주 고장나는 예초기 말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인내와 세심함이 요구되는, 까칠하고 예민한 동생 대하듯이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

북한주민들, 따지고 보면 먼 나라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피를 나눈 형제입니다. 어쩔 수 없이 등에 업고 손잡고 가야할 우리 식구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북한주민들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참혹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국경을 넘고 있습니다. 탈북하는 많은 형제들은 그나마 동족이고, 말이 통하고, 같은 피를 나누었기에 최종 기착지로 한국을 선택합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은 직선거리로 오면 자동차로 불과 한 두 시간 거리인데, 강 건너, 바다건너, 산 넘고, 생명의 위협을 넘어 수천 킬로를 돌아서 오고 있습니다.

더 가슴 아픈 일이 있습니다. 그나마 국경을 넘는 주민들은 상황이 나은 분들입니다. 기아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불투명한 미래를 타파하기 위해 움직일 줄 아는 분들입니다. 의식이 있고,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는 분들입니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그냥 넋을 잃고 주저앉아 있습니다. 캄캄한 이념의 동굴, 기괴한 세뇌의 바다에 빠져 그렇게 기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이 봉쇄된 지금 북한의 경제난, 그 어느 때 보다 더 심각할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나름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도와줘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분도 많습니다. ‘우리와 죽기살기로 전쟁을 치룬 적대 국가를 어떻게 도와 주냐’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북한은 어떻게 보면 까칠한 동생입니다. 성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상당히 괴팍합니다. 틈만 나면 생떼를 씁니다. 자존심도 아주 강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토라지고 여의치 않으면 말문을 닫습니다. 엄청나게 폭력적입니다.

그 이유가 뭐겠습니까?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상처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형으로서 어떻게 사고뭉치 동생을 다뤄야 좋은지 함께 고민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님께서는 최근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남북 관계에 큰 우려를 표명하시면서, 대화와 외교적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셨습니다.

현재 남북관계가 심하게 경색된 데에는 북한의 책임이 크지만 4·27 판문점 선언을 바로 지키지 못한 우리 정부 측에도 아쉬움이 있다며,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간 공들여왔던 남북 화해를 위한 노력이 여기서 주저앉으면 안될 것이며, 당장은 실망스럽더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한 다각적 노력을 통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교우들의 간절한 기도야말로 이 땅에 평화의 싹이 자라게 하는 단비가 될 것이라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기도하면서 하느님 은총과 축복의 때를 기다리자고 초대하셨습니다.

오늘 특별히 그냥 입으로, 건성으로가 아니라, 온몸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간절히 한반도의 평화와 조속한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기도를 바쳐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