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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사는 기도의 진수(眞髓)이자 기도 중의 기도입니다!

6월14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성체성혈 대축일을 맞아 교회는 성체성사에 대해서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에는 이렇게 소개합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안에 교회의 영적 전 재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체성사는 선교 활동 전체의 원천이요 정점입니다.”

2001년 축성생활의 날을 맞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축성생활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축성생활자 여러분, 우리 삶과 사도적 활동의 원천이자 정점으로서 우리가 매일 기념하고 경배하는 성찬례 안에서 가장 특별한 방식으로 그분을 만나고 관상하십시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입니다.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건너가지 않는 성찬례는 그 자체로 불완전한 것입니다. 우리가 성찬 식탁에 나아가면 선교에 이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교는 하느님 마음 그 자체에서 시작되어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교적 노력은 그리스도인 삶의 성찬적 모습의 한 부분입니다.”

살레시오회 전 총장 파스칼 차베스 신부님의 말씀입니다.

“성체성사 영성이 단순히 성체성사 예식을 존엄한 태도로 정성을 다해 거행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체성사 영성은 순명하는 삶을 통해 표현되어야 하며, 순명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기념하며 그분의 살아있는 기념비가 됩니다. 매일의 성체성사를 기쁨, 창의성, 열정으로 거행하십시오.”

성체성사 곰곰히 생각해 보니 생각할수록 은혜로운 성사가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유한한 인성이 영원한 신성에 참여하는 길이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부족하고 나약한 한 인간이 하느님성, 그리스도성, 신성, 영원성에 완전히 참여하고 일치할 수 있는 성사, 그래서 이 땅에서부터 영원한 생명을 맛보는 성사, 우리를 영원히 살게하는 축복의 성사가 바로 성체성사인 것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복음 6장 54~56절)

예수님께서는 이 선언을 통해 성체성사에 대한 정의와 핵심, 본질, 효과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셨습니다. 사실 요한복음이 기술되고 있던 당시 이미 여러 교회에서 성체성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당시 성체성사에 대한 유다인들의 오해와 반감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표현하신 ‘내 살’, ‘내 피’란 용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인육제가 벌어지는가보다 하고 단정 짓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이라는 표현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유다인들 사이에서 피는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되는, 엄중하게 금지된 것이었기에, 예수님의 피와 관련된 이 말씀은 그들의 귀를 엄청나게 거슬리게 한 것입니다.

창세기 9장 4절에서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그의 자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너희의 양식이 될 것이다. 다만 생명 곧 피가 들어 있는 살코기를 먹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너희 각자의 피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신명기 12장 16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베푸신 복에 따라, 너희가 원하는 대로 어느 성에서든지 짐승을 잡아 그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피를 먹어서는 안 된다.”

유다인들은 예수님 말씀 안에 깃든 심오한 뜻, 숨은 뜻, 더 중요한 의미를 간과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제정하시려는 성체성사를 놓치고 만 것입니다. 그들은 똑똑한 척 했지만 사실 어리석기 짝이 없었습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갖고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데 익숙하다 보니 전체적인 맥락을 읽어나가는데 실패했습니다.

작은 것에 연연하다 보니 정작 가장 큰 것을 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이 땅에 오신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았기에 예수님께서 던지시는 생명의 말씀, 구원에로의 초대 말씀조차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 결과 다른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얼굴로 들어가던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향한 길에서 벗어나고 말았습니다.

성체성사는 얼마나 행복한 초대인지 모릅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영원한 삶에로의 초대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과 더불어 영원히 불사불멸하는 구원에로의 초대입니다. 더 행복한 일이 있습니다. 그 초대에 응하는 것이 너무나 쉽고 간단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정하신 성체성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성사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변화를 겸손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믿는 것입니다.

마침내 사제의 손으로 나누어지는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시는 일입니다. 이로서 우리 안에 매일 매 순간 구원이 이루어지며, 그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그 매일의 작은 구원들이 합쳐져 언젠가 영원한 구원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사실 미사는 기도의 진수이자 기도 중의 기도입니다. 사실 우리는 주기적으로 봉헌하는 미사를 통해 매일, 혹은 매 주간 살아갈 양식을 챙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사에 대한 정성이요, 몰입이요, 진지한 접근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