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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 팔자가 상팔자?

6월8일 [연중 제10주간 월요일]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해보이고 울적해 보이는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괜히 제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애야, 넌 장래 희망이 뭐니?”

아이는 벼락같이 화를 내면서 “요새 그딴 질문하는 게 아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젊은이가 뭔가 꿈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 물음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 꿈은 애완견이 되는 거예요. 공부나 취직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고, 매일 먹고 자고 놀고, 또 먹고 자고 놀고,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삼복더위에, 해가 중천에 뜬 한낮, 양손에는 무거운 짐을 잔뜩 들고, 머릿속에는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고민거리 서너 가지로 가득한 채 시골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 농가 안에는 멋들어진 감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습니다. 그 나무 그늘 밑에는 엄청 게을러 보이는 진돗개 한 마리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쿨쿨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녀석의 모습을 보니 ‘개 팔자가 상팔자로구나. 정말 행복해 보인다. 저 녀석이 부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다가 아닌 듯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이런 저런 고민꺼리나 스트레스 없이, 고통이나 시련도 없이, 매일같이 먹고 자고 놀고를 되풀이하는 것이 행복해보일 수 있겠지만, 그것도 잠시뿐이겠지요.

그런 행복은 지극히 차원 낮은 행복, 동물적인 행복, 한시적인 행복일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추구해야 할 행복은 ‘참 행복’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행복은 참으로 역설적인 행복입니다. 매일 다가오는 고통과 시련의 높은 파도 앞에 당당히 맞서며 극복해 나가는 데서 오는 행복입니다.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내게 조금도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 길을 걸어가는 데서 오는 행복입니다.

마치 거짓말처럼, 때로 기적처럼, 새 하늘과 새 땅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을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큰 희생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홀대 받고 있던 의인들과 가족들이 늦게나마 인정받고 보상받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마음 흐뭇해집니다. 우리도 매일의 역경과 환난을 기꺼이 이겨낼 때,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꾸준히 선을 실천해나갈 때,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그리고 주님 나라 건설을 위해 일하다가 받는 박해를 꿋꿋이 견뎌낼 때, 언젠가 주님께서 주실 상급이 클 것입니다. 그런 희망과 기대를 안고 오늘을 살아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