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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존재 자체로 순례 하는 우리들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로의 표지가 되어주시는 성모님!

3월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사순 제4주간 수요일]

가브리엘 천사가 전해준 하느님 측의 메시지 ‘주님 탄생 예고’ 앞에 보여준 나자렛의 마리아의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놀랍고 은혜로운 초대, 그러나 부담스럽고 두려운 초대 앞에 마리아는 즉각적이고 호의적으로 응답합니다. 나자렛 소녀의 응답의 말씀이 참으로 기특하고 갸륵하며 사랑스럽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복음 1장 38절)

단순하면서도 겸손한, 그러나 단호한 결기로 가득한 마리아의 응답 앞에서 하느님께서 참으로 기뻐하시고 흐뭇해 하셨을 것입니다. 하느님 입장에서 그녀를 각별히 사랑하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럴 때 어울리는 표현이 아마도 총애(寵愛)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자렛의 마리아에 앞서 이스라엘 역사 안에는 수많은 위인들과 예언자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들이 보인 반응들을 보면 제각각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왜 하필 저입니까?”하고 하느님께 따졌습니다. 어떤 예언자는 “죽어도 못합니다?”라며 도망가버렸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댔습니다.

“저는 이미 나이가 너무 많습니다. 이제 곧 세상을 하직할 나이라 죄송합니다!”
“제 나이 이제 열 여섯입니다. 도저히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마리아께서 보인 응답은 참으로 각별합니다. 예라고 응답했을 경우 자신에게 닥쳐올 고통과 시련이 엄청날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주님께서 저를 원하시니, 주님께서 저를 선택하셨으니, 주님께서 저를 초대하시니, 앞뒤 돌아보지 않고 예! 라고 응답하신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많은 경우 우리의 귀, 영적인 귀, 마음의 귀가 제대로 열리지 못한 관계로, 초대의 말씀을 미처 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끊임없이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매일의 다양한 사건들,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다양한 음성을 통해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는 하느님의 초대, 하느님의 음성을 나자렛의 마리아처럼 잘 경청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해야겠습니다.

하느님의 초대 앞에 망설인다거나 뒤로 물러서지 말고 기쁘게, 즉각적으로 순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영성생활이란 다른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음성,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인간측의 적극적인 호응과 응답과 협력, 그것이 참된 영성 생활이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나자렛의 마리아는 가장 충실하고 모범적인 영성생활의 길잡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리아는 존재 자체로 순례 하는 하느님 백성인 우리들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로의 표지가 되어주시니, 기쁨에 찬 감사와 공경을 드려야 마땅하겠습니다.

척박한 산골 나자렛에서 태어나신 마리아께서 평생에 걸친 순명과 기도, 각고의 노력 끝에 영광스럽게도 하느님의 어머님이 되셨습니다. 성모님의 생애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에게도 큰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한없이 부족한 우리들이지만 우리도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하느님의 큰 영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우리는 기억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