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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원천은 흙이요 먼지, 티끌이며 무(無)라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2월26일 [재의 수요일]

사순시기가 다가오면 저희 모든 살레시오 공동체에서는 간단한 공동체 보속을 정하고, 보속을 통해 모은 금액은 소액이라 할지라도 보다 가난한 이웃과 나누는 전통이 있습니다.

올해 저희 공동체 보속은 간단하게 정했습니다.
1. 매일 저녁 국 안먹기.
2. 가급적 식재료를 새로 구입하지 않고 있는 걸로 해결하기.

건강도 챙기고 절약도 하고 보속도 이행하고,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국가 경제는 물론 국민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이번 사순절 동안은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삶을 지향해보면 좋겠습니다.

평소보다 좀 덜 먹고, 덜 마시고, 덜 사입고, 덜 쓰고, 가급적 새로 구매하지 말고, 냉장·냉동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식재료들을 하나씩 비워가며, 그래서 모은 금액은 주변에 숨어있는 궁핍한 이웃들과 관대하게 나눌수 있는 의미있는 사순절이 되면 좋겠습니다.

공동체적 보속도 보속이지만, 제 개인적으로 이번 사순 시기 동안 이행할 작은 실천 사항도 생각해봤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범국가적 재난 상태입니다.

정부 및 교회의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이번 사순시기 첫번째 실천 사항으로 정했습니다.
가급적 외출이나 모임을 지양하고, 이번 기회에 그간 높이 쌓아둔 영성서적을 집중적으로 읽어볼까 합니다.

때로 사방이 높은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헤어날 수 없는 막다른 골목길에 갇힌 느낌도 받습니다.
그 어떤 인간적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때, 결국 최종적으로 믿고 의지할 대상, 바로 우리 주님뿐이십니다.
결국 기도뿐입니다.

특별히 이번 사순절 동안 제가 매일 바치는 모든 기도(미사, 하루 5번의 성무일도, 묵주기도 4번, 성체조배, 삼종기도, 화살기도 등)의 지향을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조속한 종식으로 정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계시는 의료진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그분들에게 영육의 건강을 주시기를, 환자들에게는 빠른 치유의 은총을 주시기를…
오늘 재의 수요일,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을 기점으로 사순시기가 시작됩니다.

재를 얹는 예식은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 인간의 유한성과 나약함, 한계를 상기시킵니다.
동시에 영원하시며 불멸하시는 유일한 대상이신 주님을 기억하고 그분께로 돌아가라고 권고합니다.

안타깝게도 각 교구의 지침에 따라 재의 수요일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시는 분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때가 때인 만큼 지침에 기꺼이 따라야겠습니다.
성이 차지 않으시겠지만 미사 참여하는 마음으로 가톨릭평화방송 미사를 시청하시면 되겠습니다.

그것이 힘든 분들은 재를 머리에 얹는 마음으로 하루를 지내시면 되겠습니다.
내 원천은 흙이요 먼지, 티끌이며 무(無)라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은혜롭게도 먼지요 티끌같은 존재인 나를 주님께서 가엾이 보시어 생명의 숨결을 부어넣어주셨음을 상기해야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분의 지속적인 자비와 은총으로 내가 오늘 이 자리에서 살아 숨쉬고 있음에 감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멀지 않은 날, 아쉽고 또 아쉽지만 나는 모든 것 내려놓고 내 원천인 무(無)로, 최종적으로 주님 품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