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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느님의 주파수에 우리의 안테나를

2월18일 [연중 제6주간 화요일]

“제자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수군거렸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과 양성 중이던 제자들 사이에 서로 ‘주파수’, ‘코드’가 제대로 맞지 않는 모습이 꽤나 재미있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말씀은 한 차원 높은 말씀, 세련된 말씀, 결국 영적인 말씀인데, 아직도 제자들은 세속의 때를 벗지 못한 이유로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수업 진도가 너무 빨리 나간 탓도 있겠지요.

예수님께서는 천상양식, 생명의 빵, 영원한 삶에 대해 강조하시는데 제자들은 당장 자신들이 먹을 지상 양식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자들은 깜박하고 당장 먹을 빵을 챙겨오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저희 수련소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일입니다.
우리 수련자들 뭐가 그리 바쁜지 자주 깜박깜박합니다.

1박2일 소풍이라도 갈라치면 꼭 뭔가 중요한 것 한 가지씩 빼놓고 갑니다.

오랜만에 고기 좀 구워먹자고 했는데, 대체로 잘 챙겼습니다.
가스 렌지며, 불판이며, 상추며, 그런데 정작 어제 미리 사다놓고 냉장고에 넣어둔 삼겹살은 빼놓고 왔습니다.

어떤 때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가 수련자 한명을 빼놓고 온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해도 해도 너무 하다 싶어 챙겨갈 물품 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나하나 챙기게 합니다.

아마도 제자들도 빵을 챙겨오지 않은 것에 대한
곧 이어 떨어질 예수님의 불호령을 예상하며 전전긍긍, 수군수군거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때로 예수님의 말씀은 너무나 심오한 말씀, 너무나 의미심장한 말씀, 너무나 영적인 말씀이어서 제대로 귀를 기울여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옛날 즐겨듣던 FM 라디오 심야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얼마나 정성껏 주파수를 잡았습니까?
TV가 아직 보급되지 않던 시절, 해외에서 벌어지던 A매치 축구시합 라디오 중계를 듣기 위한 채널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습니까?

하느님의 주파수에 우리의 채널, 우리의 안테나를 맞추기 위해 정성을 쏟은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분 말씀의 진의가 무엇인지, 그분께서 오늘 이 말씀을 통해서 나에게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최선을 다해서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