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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자회소식

제 삶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어젯밤 MBC 스트레이트 살레시오 청소년 센터편을 보고 난후 꼬박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살레시오 회원으로서 살아온 지난 35년간의 제 삶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 온종일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방송도 나가기전 예고 기사는 벌써 저희 센터를 악의 소굴로 예단해버렸더군요. 저희 살레시오 회원들과 동역자들을 천하의 쳐죽일 놈, 파렴치범으로 낙인찍어 버렸구요. ‘생지옥’ ‘또 다른 도가니’ ‘아이들의 절규’ 등의 표현을 접하며, 정말이지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왜곡되고 조작된 매스미디어의 폭력성과 위험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진행자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저희에게 총칼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진위여부도 따져보지 않고 일단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유인한 후, ‘아니면 말고!’ 식의 거대 언론의 횡포 앞에, ‘아, 약자들과 피해자들이 이렇게 꼼짝없이 당하고 마는구나.’하는 생각에 큰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제작진은 강제 약물 투여 같은 어불성설의 사안에 대해서, 진위여부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찌감치 저희를 범인 취급하시더군요.

세상 둘도 없는 의인처럼 비춰지던 진행자와 패널들, 기자들의 언어폭력을 바라보며, 아무런 죄도 없이 수난당하시고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수십년 동안이나 매주 센터에 오셔서 개구장이 한명 붙들고 한글을 깨우쳐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시던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께서도, 지난 삶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울음을 그치지 않으셨습니다.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청소년들이 이 방송을 보고 슬퍼하고 있습니다. 부모와의 사별, 방황, 일탈로 6호처분을 받고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 와서 느꼈던 따뜻함을 기억하며, 이건 정말 아니라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제작진들에게 엄중이 묻고 싶습니다. 어제 방송 때 보니 사회자분을 비롯해서 패널로 나오신 분들, 기자분들, 이 세상 그 어떤 성자(聖者)보다도 더 끔찍히 요보호 청소년들을 사랑하시는 분위기던데…

솔직히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어미잃은 어린 새같은 아이들과 마주앉아 세시간 네시간씩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있습니까? 방송 중에 참 좋은 말씀 하시더군요. ‘한 아이를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제작진 여러분, 혹시라도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세상과 부모에 대한 분노로 똘똘 뭉쳐진 아이에게 밥한끼 사주신 적이 있습니까?

악의적으로 편집된 방송을 보며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들은 센터장님을 비롯한 임직원 선생님들이었습니다.

한번씩 방문할 때 마다, 주말이나 휴가도 없이 사시사철 온종일 상처많은 아이들 곁에 서서 환하게 미소짓고 계시던 센터장 신부님의 얼굴, 혈기왕성한 아이들과 하루 온종일 뛰어노시느라 언제나 상습피로에 젖어 계시는 성무감 신부님,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백방으로 고민하시는 임직원 선생님들의 얼굴, 언제나 저희 센터를 사랑하고 신뢰해주시던 봉사자들, 후원자들, 협력자들이 떠오르며 그분들이 받았을 상처와 충격, 자괴감을 생각하니 도저히 밤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공영방송임을 자랑하는 MBC입니다. 말 마디 그대로 공영방송은 공공의 복지와 유익을 목적으로 하는 방송입니다. 당연히 공영방송은 공평해야 하고 진실만을 보도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어제 방송에서는 공정성이나 객관성, 형평성, 진실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스트레이트 제작진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상식적이고 균형잡힌 프로그램 제작에 힘써주십시오. 부디 진실만을 보도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갈 수 있기에, 프로그램 제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주십시오.

객관성과 진실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편파성과 선정성만 가득한 프로그램으로 인해 상처받을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 참으로 큽니다.

6호처분 기관에서의 생활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새삶을 시작한 수많은 청소년들, 아이들의 변화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부모님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관련 공무원들, 자주 찾아오셔서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시는 가정법원 판사님들…

그분들이 받으셨을 큰 충격과 상심에 참으로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저희는 진실 규명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겠습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니, 언젠가 주님께서 시시비비를 가려주실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