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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家族)! 폭풍 속 같은 인생을 항해하는 조각배 위에 함께 승선한 동반자들!

1월26일 [연중 제3주일]

우리 시대 가족 구조가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급격히 변화되고 있습니다. 제 어린 시절만 해도 한 집에 자녀 서너명은 기본이었습니다. 좀 많은 집은 자녀 숫자가 10명, 12명되는 집이 있어서, 축구팀까지 구성이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합니까? 2018년에 실시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숫자가 548만 9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인 가구, 3인 가구, 4인 가구들을 크게 앞지르며 이제는 1인가구가 표준이 되었습니다. 급격한 핵가족화와 동시에 1인가구의 급증으로 인해 설날 풍속도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많이 간소화되고 생략된다고나 할까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명절이 기쁨의 축제로 다가오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고통과 상처의 시기,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순간으로 다가옵니다.

민족의 대 명절인 설날,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전통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변화된 사회상, 가족 구조 앞에서 좀 더 너그러운 마음, 관대하고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가족 구성원 상호간에 더욱 세심한 배려와 폭넓은 이해의 마음이 중요합니다. 최근 저희 가족 구성원 안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안타깝고 아쉽지만 저희 부모님 세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조카들의 결혼과 새생명들의 탄생으로 새로운 멤버들이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대자연의 순환원칙은 참으로 신비스럽습니다. 놀랍게도 작디 작은 새생명들 안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과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져있습니다. 눈매며 코며 입술이며 낯설지가 않습니다.

한 존재가 생명력을 끝내 소멸된다 할지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 그의 존재가 또 다른 존재로 이어진다는 것, 참으로 놀랍습니다.

설날을 맞아 오랜만에 마주한 가족들을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가족은 왜 가족입니까? 가족은 내가 선택하는 존재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가족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소중한 인연입니다. 내가 인위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폭풍속 같은 인생을 항해하는 조각배 위에 함께 승선한 동반자들이 가족입니다. 흔들릴 때마다 서로 손을 꼭 잡아주라고, 힘겨울 때 마다 서로 등을 두드려주라고, 한 가족으로 엮어주신 것입니다.

항해의 최종 목적지인 하느님 나라에 도달할 때까지 서로 위로하고 서로 격려해주라고 점지해주신 소중한 존재들이 가족입니다. 예수님의 공적인 삶의 시작은 이스라엘의 열두지파를 상징하는 열두 제자를 선택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신께서 건설하실 새로운 왕국의 일꾼이자 봉사자로 열두 사도를 찾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지니신 능력이나 권위를 감안할 때 그 모든 일을 당신 홀로 수행하시고 완수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은혜롭게도 예수님께서는 나약한 인간들, 별로 도움이 안되는 우리 인간을 인류 구원 사업의 협조자로 선택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으로부터 불림받은 우리들이 지녀야할 가장 기본적 삶의 태도는 감사의 마음과 일관된 겸손의 자세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인류 구원 사업의 첫 출발 지점을 당대 잘 나가던 도시 예루살렘이 아니라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의 대명사였던 변방 갈릴래아였다는 것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