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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 땅위의 청년들에게 위로를!

월25일 [연중 제2주간 토요일 설미사]

귀국하는 형제를 맞이하러 인천국제공항에 나갔다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주차 공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 떠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명절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이 땅의 수많은 청년들은 이번 명절을 어떻게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랜 만에 만나는 가족과 친지들 앞에 회사 이름과 맡고 있는 직책이 적힌 멋진 명함을 건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도 그럴 처지가 못 되니 말입니다.

안 그래도 잔뜩 위축되어 있는 우리 청년들을 향해 눈치 없는 어르신들 괴로운 질문공세를 퍼붓습니다.

“회사는 들어갔나?”
“결혼은 언제쯤 할 거냐?”

그래서 요즘 우리 청년들 사이에 오고가는 주요 대화 주제가 ‘명절 기간 생존법’이랍니다.
이런 청년들의 딱한 처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한 고마운 학원에서는 명절기간 동안 취업준비생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명절대피소’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답니다.

일자리를 찾고 있는 청년들의 절박함이 얼마나 큰 것인지 이런 카피까지 돌고 있습니다.
“우리의 설날은 내년이다.”
대한민국의 씁쓸한 명절 자화상입니다.

제가 취직하던 시절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건설 붐에다, 제조업 활황에다, 경기부양책에다, 취직할 여건이 참 좋았습니다.
졸업도 하기 전에 졸업예정자들을 두고 여기저기서 스카웃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여기도 합격하고 저기도 합격하고 나서…
과연 어느 회사로 들어가야 하나 고민들을 했습니다.
명절이 되면 청년들은 친척들 앞에서 어깨 좀 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 우리 청년들 옆에서 보기만 해도 안타깝고 미안합니다.
아무래도 시대를 잘못 타고 났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원활한 인적 자원의 순환을 위해서는 기득권을 쥐고 있는 기성세대의 큰 양보와 희생, 대타협이 요구되는데, 그것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입니다.

앞날이 창창한 청년으로서 충분히 지닐 수도 있는 당연한 꿈이건만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고 마는 청년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 청년들이 어깨를 활짝 펴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모두가 합심해야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 청년들이 주눅 들지 않고 환한 얼굴로 미래를 펼쳐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겠습니다.

자기 뱃속, 자기 호주머니만 생각하지 않고 우리 청년들의 달랑거리는 잔고, 그들의 고달픈 하루의 삶을 내 일처럼 걱정하는 그런 지도자를 양성해야겠습니다.

특별히 이번 명절 모든 가족구성원들이 우리 청년들을 위해 좀 더 깊은 배려와 큰 위로를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안부를 묻는다는 이유로 ‘직장은 구했냐?’고 묻지만 마음이 여린 청년들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는 것 기억해야겠습니다.
이번 명절 기간 동안 우리 모든 기성세대들이 합심해서 이 땅위의 모든 청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면 좋겠습니다.

“위로란?
‘힘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지?’라고 묻는 것입니다.”

“위로란?
아래로 처진 어깨를 위로 올려주는 일입니다.
따뜻한 손만 있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