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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떻게든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습니다. 부단히 마음 정화(淨化)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1월23일 [연중 제2주간 목요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셨다.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큰 무리가 따라왔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은연중에 강한 시기·질투심이 바닥 깊이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거룩해서 시기·질투심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을 것처럼 보이는 저희 사제나 수도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어딘가 피정에 다녀온 교우들께서 거기서 겪은 체험담들을 신명나게 털어놓을 때가 있습니다. ‘모모 신부님 강의를 들었는데 완전 감동이었어요! 그분으로 인해 제 삶이 완전 바뀌었어요. 새 인생이 시작되었답니다. 예수님이 따로 없답니다. 인물도 얼마나 좋던지? 거기다 겸손의 덕까지! 머리털 나고 그런 신부님 처음 봤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 같이 박수를 치고 호응을 하면서, 함께 기뻐해야 마땅한데, 즉시 해드리고 싶은 조언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랍니다. 그 분하고 사흘만 같이 지내보세요. 그런 생각 싹 사라지고 말걸요. 정신을 차리세요. 정신을!’

그 유명한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도 그랬습니다. 사실 사울은 기름 부어 세운 왕이었습니다. 왕을 뽑는데 아무나 왕으로 선택하지 않았겠지요. 사울은 탁월한 인품, 너그러운 마음의 소유자였으며, 만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툭튀’ 다윗이 등장합니다. 그는 아직 볼이 빨간 청소년이었습니다. 체구도 왜소했고 가방끈은 아예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하루 온종일 산과 들로 다니면서 양을 몰던 목동이었습니다.그런 다윗이 어느 날 보기만 봐도 겁에 질리는 어마무시한 골리앗 장군과의 일대일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게임이 길지도 않았습니다. 단 한방의 돌팔매로 속전속결로 게임을 끝내버렸습니다.

그 싸움으로 인해 풍전등화 신세였던 이스라엘의 군사들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개선 길에 올랐습니다. 다윗과 함께 군대가 돌아오자, 이스라엘 모든 성읍에서 여인들이 나와 손북을 치고 환성을 올리며, 악기에 맞추어 노래하고 춤추면서 사울 임금을 맞았습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여인들이 흥겹게 부르는 노래 가사 한 구절이 사울왕의 폐부 깊은 곳을 찔러버렸습니다.
“사울은 수천을 치시고 다윗은 수만을 치셨다네!”
사울은 그 노래 가사 한 구절에 몹시 화가 나고 속이 상했습니다. 순식간에 기분이 잡쳤으며 시기·질투의 화신이 되어버렸습니다. 갑자기 제대로 한번 빡친 것입니다.

태평양 바다보다 더 넓고 인자하던 사울의 마음은 송곳 하나 꽂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좁아지고 말았습니다. 수시로 솟아오르는 시기·질투심을 그때그때, 틈나는 대로 강물에 흘려보내야겠습니다. 누가 잘되면 시기·질투하지 말고, 마치 내일처럼 크게 기뻐해 줘야겠습니다. 특별히 후배들, 젊은 세대가 떠오르면,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큰마음으로 넘겨주고 내려서야겠습니다.

어떻게든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습니다. 부단히 마음 정화(淨化) 작업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마음속에 가득 찬 미워하는 감정,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시기·질투심, 욱하는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겠습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 같은 경우 수도 공동체 내 동료 자매들로부터 엄청난 시기·질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데레사는 시기·질투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상냥히 대했습니다.

더 기쁘게 냉대를 열심히 참아냈습니다.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보이는 동료 자매를 더 깊이 사랑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오락 시간이면 일부러 가장 자신을 싫어하고 괴롭히는 자매 곁으로 다가가 앉았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