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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예수님께서 체포되시기 전날 밤의 상황은 참으로 긴박하고 드라마틱했습니다. 예수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끔찍한 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메시아로 이 땅에 오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셨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성을 지니신 완전한 한 인간이셨습니다. 곧 다가올 체포의 순간, 끔찍한 십자가의 길, 그리고 골고타 언덕 위에서 벌어지게 될 마지막 순간들이 예수님 머릿속으로 그려졌겠습니다.

잘 차려진 최후의 만찬 석상의 중앙에 앉아계신 예수님, 손으로는 빵을 떼고 계셨지만 마음은 온통 몸소 겪으셔야할 처참하고 혹독한 순간에 미리 가계셨습니다. 제자들의 따뜻한 위로와 동반, 열렬한 기도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의 모습은 한심하기만 합니다.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릅니다. 아직도 예수님의 신원에 대한 명확한 이해, 그분이 짊어지셔야 할 십자가가 왜 필요한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자들의 거듭된 배신과 등 돌림, 떠나감이 되풀이 됩니다.

스승님은 극심한 내적 고통과 번민 때문에 저리도 마음이 산란해져 계신데, 제자단 가운데 총무라는 중책을 맡았던 유다 이스카리옷의 행동을 보십시오.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수석 사제들에게 가서 은돈 서른 닢을 받고서는 예수님을 팔아넘깁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다시 제자들 사이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식탁에 앉아 예수님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눕니다.

거듭된 유다의 배신을 한번 보십시오.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입니다. 예수님이 체포되고 제자단이 해체되면 갈 곳 없을 것을 대비해서 자립지원금까지 미리 확보해둔 유다 이스카리옷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유다 이스카리옷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거두지 않으시고, 끝까지 한 제자의 배신을 비밀에 붙여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제자들 모두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묻기 시작합니다.

그때라도 용기를 내어 자신의 과오를 이실직고 고백했으면 괜찮았을 유다 이스카리옷이었습니다. 부끄럽더라도 크게 뉘우치며 주님,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봐주십시오, 라고 했으면 다 해결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다 이스카리옷은 끝까지 위선과 사악의 가면을 벗지 못합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건너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가고 말았습니다.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유다 이스카리옷의 내면의 움직임을 미리 다 파악하고 계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그의 나름 치밀한 계획, 그의 생각을 다 알고 계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예수님께서는 그의 회심을 기다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악행과 배신에 대해 침묵하십니다.

그 순간 제가 예수님 같았으면 아마도 이랬을 것입니다. “유다, 네가 정말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감히 네가 스승인 나를 팔아넘겨? 세상에 이런 배은망덕이 어디 있냐? 그리고 내가 개 돼지냐? 고작 은돈 서른 닢에 팔아먹게?”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침묵하십니다. 단 한마디도 유다 이스카리옷의 악행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십니다. 뿐만 아니라 수제자에게도 애제자에게도, 아무에게도 유다 이스카리옷의 배신의 징조에 대해 알리지 않으시고 함구하십니다, 억지로 돌아오라고 강요하지도 않으십니다. 그의 선택, 그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