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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가 누구인지 잊지 말기를

내가 누구인지 잊지 말기를

그 아무리 성덕이 탁월하고 출중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한 가지 덕이 빠지면 사상누각이 되고 마는 ‘덕 중의 덕’ ‘모든 덕행의 기반이 되는 덕’이 있습니다. 그 덕은 바로 겸손의 덕입니다.

언제 우리는 ‘겸손하다’는 단어를 적용합니까? 때로 우리는 겸손의 덕에 대해 조금은 오해하기도 합니다. 겸손의 덕은 무조건 뒤로 빼고 물러나는 덕이 아닙니다. 자신이 능력도 없고 쌓은 지식도 없기에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것도 겸손의 덕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틈만 나면 난 못해, 난 안 되, 하고 거절하는 모습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바오로 사도처럼 있는 힘을 다해 달릴 수 있는 대까지 최대한 달리는 것이 겸손의 모습입니다. 허송세월하지 않고 빈둥거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달란트를 최대한 계발하는 것입니다. 충만한 자기실현과 성취를 통해 세상과 인류를 위해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겸손입니다. 한평생 불꽃처럼 뜨겁게 살다가 이승의 삶을 마칠 때는 아무런 여한이 없도록 그렇게 투철히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결실과 영광은 자신이 아니라 주님께 돌리는 것이 진정한 겸손의 덕입니다.

빛나는 삶을 사시다가 성인(聖人)이 되신 신앙의 선배들 치고 겸손의 덕이 모자란 분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비결은 ‘지속성’과 ‘일상성’이었습니다. 한번 두 번 겸손하다가 만 것이 아니라 한평생 항구하게 지속적으로 겸손의 덕을 유지하였다는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겸손의 덕을 항구히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가르쳐주셨습니다.

“모든 인간은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주님의 말씀은 영원히 머물러 계시다.”(베드로 1서 1장 24-25절)

비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자신의 본래 모습, 정확한 신원을 지속적으로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어떤 존재입니까? 비록 오늘 우리가 난다긴다하지만 원래 티끌 같은 존재였습니다. 원래 우리는 무(無)였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우리, 진흙 같은 우리였는데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큰 은총을 베푸셔서 우리 안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시고 이 세상에 불러주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떵떵거리며, 있어 보이려 하고, 갖은 폼을 다 잡고, 강한 척 하지만, 사실 돌아서서 외로움에, 쓸쓸함에 눈물 흘리는 나약한 존재들입니다.

높은 자리에 앉는 사람은 고통의 길을 시작하는 사람, 십자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사람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영광과 승리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겸손의 갑옷을 입고 고통과 시련의 강을 반드시 건너야 함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참된 권위는 이웃을 섬기기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임을, 참된 위대함이란 예수님처럼 겸손하게 자신을 낮춰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목숨까지 바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