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고통은 주님 안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2월 18일 [재의 수요일]
또다시 시간이 흘러 사순 시기 첫 순간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재의 수요일은 참회와 속죄의 상징인 재를 교우들의 머리에 얹는 예식입니다. 작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성한 종려나무 가지를 불에 태워 만든 재를 만듭니다.
사제는 그 재 위에 성수를 뿌리고 축성한 다음 교우들 머리에 얹어주며 이렇게 외칩니다.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창세 3,19) 혹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마르 1,15)
저는 민망하지 않게 살짝 재를 머리에 얹어주는 편인데, 심신이 강한 선교사 신부님들께서는 재 위에 성수를 듬뿍 부어 진흙처럼 만들어, 이마 위에 아주 크게 십자가를 그어주시곤 했습니다.
우리 가운데 가장 신심 깊은 한 신부님께서는 아직도 당신 이마 위에 선명하게 그어진 십자가를 하루 내내 지우지 않으시며, 사순 시기 동안 회개와 참회를 다짐하곤 하십니다.
오늘 재의 수요일을 기점으로 또 다시 예수님의 고통과 수난,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깊이 묵상하는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 동안 우리는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으며, 하등 그럴 이유가 없음에도 우리를 위해 십자가 죽음을 당하신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하는 동시에 우리 각자의 고통도 묵상하게 될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예수님처럼 백번 천번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혹독한 고통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유를 모르겠는 십자가를 짊어질 때가 있습니다.
요즘 와서 아주 조금이나마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통, 내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그리 잘못 산 것도 아닌데 와닿는 신비로서의 고통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고통 앞에서는 세상적인 논리로 따지지 말 것입니다. 세상의 이치로 헤아릴 것도 아닙니다. 주님과의 관계에서 다가온 고통이니 그분 안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끝까지 주님께 부르짖고, 그분께 아뢰고, 그분께 매달리며, 그분 안에서 답을 찾고자 발버둥 쳐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듭하는 어느 순간 하느님께서 반드시 정답을 알려주실 것입니다. 그 고통은 그분께서 더 가까이 그대를 부르시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을. 당신의 심오한 진리를 우리에게 열어 보여주시려고 그 고통을 사용하셨다는 것을. 우리를 더 큰 세상, 더 큰 사랑으로 인도하시기 위해 그 고통을 보내셨다는 것을.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