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인간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 앞에서…
2월 9일 [연중 제5주간 월요일]
여기저기 몸과 마음이 아픈 형제자매들을 많이 만납니다. 극심한 고통 중에 계신 분들, 제가 특별한 치유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기도해드릴 뿐입니다.
그런데 최근 개인적으로 한 가지 사목적 회심을 했습니다. 내가 의사가 아닌 이상 병의 치유는 해드릴 수 없겠지만, 사제요 상담가로서 마음의 치유는 해드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피정 프로그램 중에 가장 강조하고 신경 쓰는 부분이 고백성사와 신앙 상담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소개해드립니다. 짧게 고백성사하실 분은 7시부터 성당 뒤쪽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길게 고백하시거나 신앙 상담하실 분들은 면담 신청서에 이름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겉으로만 봐서는 아무런 어려움 없을 것 같은 얼굴인데, 면담실에 마주 앉으면 사연이 한 보따리요, 십자가가 한 무더기입니다. 그 많은 사연들 소설로 쓰면 대하소설 10권으로도 부족합니다.
사연들을 잘 경청해주고, 공감해주고, 박수쳐주고, 조금 빗나가는 부분이나 어색한 부분은 살짝 방향을 고쳐드리는 것만 해도 그분들에게 큰 위로요 은총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실감합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가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들, 특히 환자들이 다가와서, 그분 옷자락 술에 손을 대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치유되는 놀라운 광경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배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곧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 지방을 두루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그분께서 계시다는 곳마다 데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마르 6,53-56)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병에 걸린 자녀를 피눈물 흘리며 바라보는 부모들 뵐 때 마다 나도 예수님처럼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다 에이, 아니지! 하면서 포기합니다. 그러다가 또 다시 그래도 뭔가 내가 할수 있는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말끔히 치유시켜 드리지는 못하지만, 고통 겪는 분의 이야기는 들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에 의미가 있음을 알려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가 지금 견뎌내고 있는 이 고통의 세월에만 집착하지 말고, 고통 그 너머의 무엇인가가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목자로서, 지금의 우리가 행하고 있는 사목과 우리 교회의 모습을 반성해봅니다. 이 시대 힘겹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회로, 사목자에게로 몰려오고 있는지요? 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바가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지요?
우리는 그들을 기꺼이 환대하고 있는지요? 우리가 그들의 오랜 병고를 치유시켜줄 수는 없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따뜻이 위로하고, 격려하고, 자극을 주면서 또 다른 희망을 지닐 수 있게 할 수는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