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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뒤죽박죽되어 있는 우리 삶을 다시 한번 재구성하고 재배치합시다!

6월 6일 [연중 제9주간 화요일]

언젠가 난감한 문제로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적대자들 비슷한 사람들을 대면한 적이 있었습니다. 기자들과 변호사까지 대동해서 완벽히 판을 짜왔더군요. 그들이 건네는 말들은 이미 잘 짜여진 각본처럼 매끄러웠습니다.

언성도 높이지 않고 조근 조근 압박을 해오는데, 발언의 지향점, 목적성은 명료했습니다. 저희를 꼼짝달싹도 못 하게 코너로 몰아가서, 결국 저희 얼굴에 먹칠을 하고, 저희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려는 것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이성과 냉정함을 상실해버렸습니다.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격앙된 목소리로 횡설수설 반격을 했는데, 말이 점점 꼬이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책략에 마음이 흔들린 것입니다.

노골적인 악의를 지니고 달려드는 적대자들이 겉으로는 예수님을 잔뜩 치켜세우면서 칭찬하는가 싶더니, 즉시 본색을 드러내며 난감한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그런데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마르 12,14)

예수님을 향한 그들의 찬사는 진정성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마음에도 없는 말이었습니다. 예수님을 갖고 노는 분위기입니다. 예수님의 분노를 자극하려는 언사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저처럼 그들의 계략에 휘말리지 않으십니다.

분노하지도 호통치지도 않으십니다. 마음이 평정을 유지한 채, 꽤 애매하지만, 당시로서는 최선의 대답일 수밖에 없는 지혜로운 말씀 한 마디로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서 조용히 빠져나오십니다.

원래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은 이렇게 같이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헤로데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던 헤로데 당원들은 당연히 백성들이 헤로데에게 세금을 바칠 것을 종용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바리사이들은 반대의 입장이었습니다.

이렇게 아주 중요한 당론의 노선을 달리하고 있던 두 부류이 사람들이 오늘은 아주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예수님에게 올무를 씌우고 잡아들이기 위해 일시적인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잘못 대답했을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질문이었습니다. 반대의 입장에 있는 두 부류의 사람 앞에 한쪽을 선택했을 경우, 다른 쪽 사람들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릴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의 계략을 잘 파악하신 예수님의 답변은 훨씬 절묘합니다. 하느님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참으로 대단한 답변을 하십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위에 의해 요구되는 의무와 도리에 충실하라는 말씀입니다. 소득을 얻었으면 그에 따르는 백성으로서의 의무, 납세의 의무를 다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고 덧붙이십니다.

황제와 하느님은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황제가 아무리 난다긴다 할지라도 우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나약한 인간입니다. 언젠가 물러나야 하고, 세상을 떠나야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황제와는 근본적으로 비교가 안 되는 분이십니다. 삼라만상을 지배하시는 분, 우주 만물을 통솔하시는 분, 잠시 통치하는 분이 아니라 세세대대로 영원히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이 아침, 뒤죽박죽되어 있는 우리 삶을 다시 한번 재구성하고 재배치하면 좋겠습니다. 많이 뒤로 밀려나있는 하느님을 우리 삶의 첫 번째 자리에 모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