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했던 마리아, 그러나 당당하고 야무졌던 나자렛의 마리아!
5월 3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에 아기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의 탄생 관련 축일을 열거해보면 당시 성모님의 상황과 동선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축일(5월 31일)-세례자 요한 탄생 축일(6월 24일)-아기 예수님 성탄 대축일(12월 25일)
3월 말경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신 마리아는 두 달 남짓 나자렛에서 지냈습니다. 그 시기의 생활이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한 하느님 구원 계획의 메시지를 굳게 믿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잉태함으로 인해 확연히 드러나는 신체적 변화에 두렵고 떨렸을 것입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마음을 다잡았지만, 당시 마리아의 나이는 고작 13~14세였습니다. 너무나 엄청난 제안, 그리고 급격한 상황의 전개에 막막하기도 하고 당혹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때 마리아의 머릿속에 가브리엘 천사의 조언이 떠올랐습니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6-37)
마리아는 결심을 세웠고,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래, 여기서 이렇게 마음 고생하고 있느니, 사촌 엘리사벳의 집으로 가자. 늙은 나이에 아이을 가져 고생하고 있는 사촌 엘리사벳에게 인사도 드리고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드려야겠다.’
마리아는 길을 떠났습니다. 나자렛에서 엘리사벳이 살고 있던 아인카림까지의 거리는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였습니다. 직선 거리는 약 120킬로미터 정도였지만, 걷기 쉬운 요르단 강 옆 계곡 길을 따라 꾸불꾸불 걸어가면 160킬로미터나 되는 먼 거리였습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입니다.
마리아는 그 먼길을 서둘러 걸어갔습니다. 그 어린 소녀가 이런 저런 걱정꺼리들을 잔뜩 안고 그 먼 아인카림까지 걸어가는 모습, 생각만 해도 짠하고 안쓰럽습니다.
구세주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으시며 양육하신 나자렛 마리아의 생애, 참으로 영예롭고 놀라운 생애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길고도 긴 여정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결코 녹록치 않은 현실이 마리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참으로 당당했습니다. 야무졌습니다. 수시로 다가오는 두려움과 다양한 도전들 앞에서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고통스럽고 위험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하느님의 언약만을 기억하며 자신에게 펼쳐진 여정을 꿋꿋이 걸어갔습니다. 여기에 성모님의 위대성이 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