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의 게으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12월 03일[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
정말 오랜만에 가까운 친척들을 만났습니다.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수도생활한답시고 바쁜척하며 미루다 미루다 보니, 거의 40여 년 만에 만나 뵌 것입니다. 사람 도리도 못하며 살았구나 하는 회한도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가톨릭 신자도 아닌데 저희 이태석 신부님을 그렇게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늦게라도 종교를 가지고 싶은데, 이태석 신부님 때문이라도 선택하라고 한다면 성당에 나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동료 수도자인 저보다 더 이태석 신부님의 생애며 신부님과 관련된 최근 돌아가는 동향을 더 잘 꽤뚫고 있었습니다. 그분께서 남기신 삶의 흔적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감동과 영향을 끼쳤는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께서 비록 짧은 삶을 살다 가셨지만 참으로 우리 교회와 사회를 위해 정말이지 엄청난 일을 하고 가셨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습니다.
살아생전 이태석 신부님께서 월간 생활성서에 기고하신 글을 묶은 책, ‘친구가 되어주실래요?’(생활성서) 이후 이태석 신부님과 관련된 괄목할만한 필독서가 최근에 발간되었습니다.
제목은 ‘신부 이태석’(김영사)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전기를 집필하는 등 전기 문학의 대가이신 이충렬 작가께서 오랜 시간 공과 정성을 들여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작가께서는 집필 과정에서 저희 살레시오회의 충실한 자문을 구하셨고, 여러 관련 자료들을 세심하게 수집하고 분석하셨을 뿐 아니라, 이태석 신부님과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참고하셨습니다.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요, 이태석 신부에 대한 공식적이면서도 최종적인 전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감에 찬 이태석 신부는 제임스 신부를 따라 한센병 환자들이 격리된 마을을 방문했다. 그러나 자동차에서 내리는 순간 그는 악취를 참지 못하고 빈 들판을 향해 달음질쳤다. 그리고 톤즈의 너른 벌판에서 의술만 믿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의사와 선교 사제가 되겠다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이 먼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우러나왔다. ‘인간 이태석’이 무너지고 ‘사랑의 선교 사제’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오늘 동방의 위대한 선교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의 축일입니다. 신부님은 가는 곳마다 그곳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초라한 음식을 그들과 똑같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들의 누추한 잠자리 바로 그 옆에 머리를 눕혔습니다. 그는 선교지의 많은 사람들 가운데 가장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 버림받고 병든 사람들, 특히 한센씨 병 환자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척박한 선교지에서 선교 활동을 전개하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께서 자신의 장상인 이냐시오 로욜라 신부님에게 보낸 서간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았는지를잘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온 후 저는 쉴 틈이 없습니다. 이 마을 저 마을을 두루 다니면서 아직 세례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모두 세례를 주었습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이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자주 졸라서 성무일도를 드리거나 식사하거나 휴식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께서는 선교활동에 미온적인 오늘 우리에게 큰 자극이 되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여러분들의 게으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천국의 영광에 들어가지 못하고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만일 이 광대한 하느님의 포도밭에서 저와 함께 복음을 전할 뜻이 있는 분이 있다면, 결단코 저는 그분들의 노예가 되어 섬길 것을 약속합니다.”
그의 전도 여행길은 바오로 사도의 전도여행길 못지않았습니다. 변변한 이동 수단도 없는 시절, 그는 12년 동안, 8만킬로의 거리를 여행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밤이면 밤마다 어김없이 성체 앞에 홀로 머물며 침묵 속에 기도했습니다. 그가 개종시킨 사람들의 숫자는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의 한 평생에 걸친 목숨 건 봉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시다. 그분의 모범을 따라 오늘도 세상의 끝에서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방인들을 위해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 선교사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정성어린 기도로써, 성의 있는 나눔으로써 그들의 선교 사업에 함께 참여하길 바랍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