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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령께서 기도할 줄 모르는 우리를 대신해서 기도해주신다니,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지요!

10월 27일[연중 제30주간 수요일]

젊은 시절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했던 희망사항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직 젊고 사목활동에 바쁘니 기도생활이 한심할 정도로 부족한데, 좀 더 나이 들면 나아지겠지. 나이가 들수록 시간 여유도 많아질 테니, 더 자주, 더 오래 성체 앞에 머물 수 있겠지? 늘 기도하는 수도자로서 얼굴도 부드러워지고, 언행도 겸손해지고…

그러나 그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을 점점 더 뼈져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나이 든다고 기도생활도 저절로 익숙해지고 성장해나가는 것이 결코 아님을 깨닫습니다. 주님께서 기뻐하실 충만한 기도 생활은 절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언제나 부족하고 불성실한 기도생활에 부끄러워하고 있는 제게 오늘 첫 번째 독서인 로마서 말씀은 큰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언제나 기도 초보자이며, 기도할 줄 모르는 저를 위해 성령께서 함께, 그리고 대신 기도해주신다니,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지 모르겠습니다.

“형제 여러분, 성령께서는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서 말로 다 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로마서 8장 26절)

여러분들, 우리가 걷고 있는 지상 순례 여정 길에 때로 든든한 아버지처럼, 때로 따뜻하고 포근한 어머니처럼 동반해주고 계시는 성령의 존재, 성령의 현존을 자주 의식하며 살아가시는지요?

성령께서는 예수님께서 인간과 함께 머무셨던 33년간의 지상생활 내내 그분을 동반하셨으며, 협조하셨으며, 인도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성령께서는 우리의 지상생활 내내 우리를 동반하시고, 협조하시고, 인도하실 것입니다.

이 세상 그 어디든 계시지 않는 곳이 없으신 하느님 아버지, 부활하셔서 영원히 우리 가운데 살아계시는 예수님을 어디서 만나뵐 수 있을까요? 바로 성령 체험을 통해서 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힘차게 활동하실 때, 우리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절망과 비참, 무기력과 우울감을 일시에 걷어 가십니다.

성령께 우리 삶의 주도권을 통째로 내어드릴 때, 우리는 고통 속에서도 미소지을 수 있습니다. 십자가를 기쁘게 질 수 있습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용서가 가능해집니다. 죽어가면서도 행복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성령께서는 기도할 줄 모르는 우리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십니다. 우리의 보잘 것 없는 기도에 함께 해주십니다. 너무 나약한 나머지 수시로 기도를 중단하고 포기하는 우리를 보시고 크게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간구해주십니다.

또한 성령께서는 우리네 삶을 기쁨 가득한 축제의 장으로 변화시키십니다. 넘치는 생명력과 활기로 기쁨 충만한 공동체로 바꾸어주십니다. 이 모든 기적들이 바로 성령의 은총으로 인해 가능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