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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간의 호흡은 지극히 잦고 짧은데 비해, 하느님의 호흡은 길고도 느립니다!

5월 15일[부활 제6주간 토요일]

지난 2013년 2월 가톨릭교회 역사상 초유의 대사건이 있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교회 역사상 유래없이, 자유의지를 통해 교황직에서 물러나신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용기있는 결단을 통해 우리 교회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전 교황님의 결단은 프란치스코 교황님 선출이라는 의미있는 결실을 맺게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출 직후, 바티칸 광장에 운집한 군중들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내셨을 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따뜻하고 친근한 저녁 인사를 건넨 교황님께서는 광장에 모인 신자들과 전 세계 형제자매들에게 첫강복을 주시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을 하셨습니다.

“부디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기도가 변화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계십니다. 기도가 당신이 하시는 모든 일을 가르치고 이끌어준다고 확신하십니다. 우리에게도 그렇게 해보라고 초대하십니다. 기도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구체적이고, 동시에 실제적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다고 믿고 하느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용기를 내야 합니다. 우리는 기도로 하느님을 놀라게 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에게 하듯이, 하느님께 곧바로 나아가 우리 자신에 대해 말씀드리는 기도를 하면 더 깊은 삶을 찾을 수 있습니다.

때때로 자신의 말이 하느님 보시기에 하찮거나 부적절한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도할 때에는 용기를 내야 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기꺼이 듣고 계십니다. 우리도 하느님께 기꺼이 나아가야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대하는 이달의 묵상 기도, 가톨릭출판사)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거듭 청하라고 가르치십니다. 특히 당신의 이름으로 청하라고 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요한 복음 16장 23~24절)

그러나 구체적인 기도의 현실 속으로 들어가보면 어떻습니까? 백번 천번, 만번 청했는데도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한 가지 기도 주제를 두고 간절히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모른체 하셨습니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리가 하느님께 청하는 기도에 대한 성숙도를 먼저 성찰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나치게 ‘나’ 위주의 기도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지나치게 유아기적인 기도는 아니었는지 되짚어봐야겠습니다.

우리 인간의 호흡은 지극히 잦고 짧은데 비해, 하느님의 호흡은 길고도 느립니다. 인간의 시계 바늘은 째깍째깍 엄청나게 빨리 지나가는데 비해, 하느님의 시계 바늘은 아주 천천히 지나갑니다. 우리는 초스피드 응답을 바라는데 비해, 하느님께서는 아주 더디게 응답하십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청한 바에 대한 응답을 즉시 얻지 못했다 할지라도 너무 슬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얻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기도를 포기하지 않을 때, 언젠가 우리가 청한 것보다 훨씬 더 큰 호의를 하느님께서 베푸실 것입니다.

사실 청원기도도 좋지만, 기도에 있어서 하느님과의 깊고 충만한 일치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보다 더 위대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청원기도 때는 다른 무엇에 앞서 하느님의 나라와 정의, 덕행과 영적 지식을 추구하십니다. 그러면 주님께서는 여타 다른 모든 것들을 풍성하게, 흘러넘치도록 덤으로 주실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