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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수님은 틈만 나면 우리 때문에 아버지께 비는 연민과 측은지심의 주님이십니다!

10월 23일[연중 제23주간 토요일]

올봄에 심은 무화과 묘목들을 돌봐주다 보니,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포도밭에 심은 무화과나무 한그루 비유가 현장감 있게 다가옵니다.

과일 나무를 심는 밭주인 입장에서 가장 간절히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요? 너무도 당연하겠습니다. 묘목이 빨리 자리를 잡고 무럭무럭 성장해서 풍성한 소출을 거두는 것이겠지요.

저희도 매실나무 밭에 무화과나무 열 그루를 심었습니다. 나름 여기 저기 묘목 심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서 정성껏 심었습니다. 물도 듬뿍듬뿍 주고 거름도 넉넉하게 주며 어서 빨리 묘목이 자리 잡기만을 학수고대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두 그루만 남기고 나머지 8그루는 말라죽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남아있는 두 그루에 지극정성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양질의 퇴비도 추가로 뿌려주었습니다. 무성해진 잡초도 제거해주었습니다. 정성 탓이었는지,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잎도 무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우리 그리스도인 각자는 주님께서 이 세상에 심어놓으신 한 그루 무화과나무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간절히 바라시는 바는 밭주인의 마음과 똑같습니다.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깊이 뿌리를 내리고, 웬만한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튼실한 나무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뿐이 아니겠지요. 잎만 무성한 나무가 아니라 탐스런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 실속 있는 무화과나무로 성장하는 것일 것입니다. 겉은 멀쩡한데, 결실이 없는 나무가 부지기수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결실 없는 나무 중에 한 그루입니다. 이런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느님께서는 재배인에게 똑같이 말씀하실 것입니다.

“보게,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무화과나무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이것을 잘라 버리게.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루카복음 13장 7절)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언제나 우리 편이신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한번만 선처해주실 것을 신신 당부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를 잘 변호하고 감싸 안아주실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계십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 동안 제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루카복음 13장 8~9절)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마음을 명백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분은 하느님 아버지와 죄인인 우리 인간 사이에 서셔서, 배은망덕과 고집불통의 명수인 우리를 어떻게 하면 하느님 아버지께 잘 말씀드릴까 고민하고 노심초사하시는 분이십니다. 틈만 나면 우리 때문에 아버지께 비는 연민과 측은지심의 예수님이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