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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버지들은 자녀들을 더 큰 아버지, 영원불멸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께로 안내해야 할 것입니다!

10월 21일[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성경을 봉독하고 묵상할 때 유의할 사항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행간에 감추어져 있는 진정한 의미, 영적 의미를 파악하는 노력입니다. 어떤 부분은 있는 그대로 수용해서는 절대 안 되는 구절도 있습니다. 전후 맥락도 살펴보고 말씀이 의도하고 강조하려는 요지가 무엇인지도 따져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루카복음 12장 51~53절)

예수님께서는 평소 하느님 공경에 이어 이웃 사랑 역시 아주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셨습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함께 가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복음 10장 27절)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 말씀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분께서는 가족끼리 서로 등지고 갈라서라는 의도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 절대 아닙니다. 불효자나 패륜아가 되라고 하신 말씀도 아닙니다.

해결책은 아주 간단합니다. 세상 모든 것 위에 하느님을 놓으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께 최 우선권을 드리라는 가르침입니다. 하느님 사랑을 이웃 사랑 앞에 배치시키라는 요청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으로부터 부모 사랑이나 자식 사랑을 금지당한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대상, 모든 인연 위에 하느님을 모시라는 초대를 받은 것입니다. 자녀는 실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복입니다. 그러나 복을 내리시고 지켜주시는 하느님보다 복을 더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자녀들을 더 큰 아버지, 영원불멸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께로 안내해야 할 것입니다.

어느 아버지의 기도(조이수 詩人)

주님 제가 아이들 곁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도록 하소서.

지난날은 아버지 없는 아이들로
거리를 헤매도록 했습니다.

이제, 눈 내리는 겨울 창가를 보며
말씀의 벽난로에 둘러앉아
아버지의 사랑을 가르치도록 도와주소서.

눈이 멎고 찬미가가 울리는 날 제 아이들이
마지막 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되게 하소서.

아이들에게 참된 아버지는 제가 아니라
하늘 아버지란 걸 뼈져리게 가르치고
훨훨 떠나도록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