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 가난한 사람들의 복음서’ ‘자비의 복음서’ ‘여인들의 복음서’인 루카복음서!

10월 18일[성 루카복음서가 축일]

돌아보니 25년 세월 부끄럽고 보잘 것 없는 글들을 줄기차게 쓰며 살아왔습니다.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신문이나 잡지에, 주보나 방송에…쓰기도 참 많이도 썼습니다.

때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글들, 너무나 부끄러워 지우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한때 비장한 각오로 목숨 걸고 썼던 글들, 때로 지나치게 날이 선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를 드리기도 했겠구나, 하는 후회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다 심사숙고한 글, 그래서 균형 잡힌 글, 보다 사랑이 담길 글,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보다 복음적인 글, 그래서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글, 결국 생명과 구원의 길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는 글을 썼어야 했었는데…

이런 면에서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루카복음사가의 저작들은 오늘 제게 참으로 큰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루카복음사가가 이방인 출신이어서 그런지, 그에게 있어 하느님 백성에 대한 개념은 보다 보편적입니다. 참 하느님 백성은 율법을 목숨처럼 소중이 여기는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 유다인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참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모든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유연하고 개방적인 역사관입니다. 하느님 자비의 역사관이라고나 할까요?

특히 루카복음사가는 당시 유다인들의 시각에서 절대로 구원의 대상에 들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태생적 죄인들, 이방인들, 세리들, 창녀들, 양치는 사람들, 고리대금업자들, 개똥 수거인들 까지도 모두 구원의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이처럼 루카복음사가는 아무도 돌보지 않던 가난하고 방황하던 양떼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과 구원의지가 얼마나 각별하고 강렬한 것인지를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복음서를 일컬어 ‘가난한 사람들의 복음서’ ‘자비의 복음서’ ‘여인들의 복음서’라고까지 칭합니다.

당시 사람들이 만나기만 하면‘쳐 죽일 놈’ ‘민족의 배신자’로 생각하며 침까지 뱉던 세리들, 죄인의 대명사들이었던 이방인들, 악령 들린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셔서, 친히 그들과 눈을 맞추시고,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시는 예수님의 따뜻하고 자상한 모습을 상세히 우리에게 전해주신 루카복음사가에게 마음 깊이 감사해야겠습니다.

루카복음사가를 본받아 부족하고 나약한 이웃을 매몰찬 시선이 아니라 따뜻하고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우리의 하느님께서 냉혹한 관찰자, 심판자로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라 더없이 자상하고 한없이 부드러운 위로자 예수님으로 오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노력을 계속해야겠습니다.

펼치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복음, 구절구절 우리 죄인들을 향한 하느님의 자비가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복음, 힘들 때 마다 손에 들면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는 루카 복음서를 좀 더 자주 읽고 묵상해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