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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좋은 땅이 되기 위해 보다 자주 우리 인생의 밭을 뒤집어야겠습니다!

7월24일 [연중 제16주간 금요일]

팔레스티나 지방 농법과 우리의 농법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씨앗을 심기 전에 먼저 이랑을 잘 만듭니다.
씨앗이 묻힐 골도 적당히 파줍니다. 그리고 나서 씨앗을 심고 흙을 덮어줍니다.

그러나 팔레스티나 지방 농부들은 파종 때가 오면 큰 씨앗통을 들고 무작위로 여기저기 흩뿌립니다.
재수가 좋으면 좋은 땅에 떨어져 살고, 길바닥이나 돌밭, 가시덤불 속에 떨어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무척이나 성의가 없어 보이지만, 그들 나름의 농법입니다.

눈높이 교육의 전문가셨던 예수님께서는 그런 구체적인 삶의 배경들을 놓치지 않고 가르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선포하시는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총 4부류의 사람들로 분류하셨습니다.

① 길에 뿌려진 씨: 말씀을 들을 기본적인 준비가 안 된 사람들입니다.
인간적인 시선, 세속의 논리로만 말씀을 대하니 도무지 먹히지 않습니다.
말씀을 선포해봐야 목만 아플 뿐입니다. 마치 길에 뿌려진 씨 같습니다.

씨를 뿌리자 마자 득달같이 새들이 날아와 먹어치우니 괜한 헛고생입니다.
말씀을 향한 마음이 굳게 닫혀 있으니 그 어떤 명 설교도 허사입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② 돌밭에 뿌려진 씨: 선포되는 말씀을 우선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 이해한다는 표정입니다.
그러나 말씀이 자신의 구체적인 삶 속으로 깊이 뿌리내리지를 못합니다.

씨앗이 돌밭에 뿌려지다보니, 말씀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환난이나 박해, 고통이나 십자가 앞에 즉시 좌절하거나 실망합니다.

③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 잡목들을 제거하다보면 정말 괴로운 것이 가시덤불입니다.
뾰쪽뾰쪽한 가시들을 피해가면서 일하려니 얼마나 성가신지 모릅니다.

신앙 안에서 가시는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쓸데 없는 걱정이나 근심입니다.
재물이나 명예에 대한 집착입니다. 시선이 온통 그리로 가 있으니 말씀이 제대로 뿌리 내릴 수가
없습니다. 풍성한 결실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④ 좋은 땅에 뿌려진 씨: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얼마 간의 수분과 바람과 햇빛에 힘을 얻어
무럭무럭 성장을 시작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활짝 열린 마음으로 말씀을 받아들입니다. 말씀을 굳게 믿습니다.
선포되는 말씀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려고 무한 노력을 다합니다.

작은 씨앗 하나, 작은 모종 하나 심었을 뿐인데, 몇달 지나고 나면 얼마나 큰 결실을 맺는지
깜짝 놀랄 지경입니다.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린 결실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기분이 흐뭇해집니다.
이런 사람들을 바라보는 하느님의 마음도 흐뭇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좋은 땅은 없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백배의 열매를 맺는 비옥하고 탐스러운 토양처럼 되고자 한다면,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우선 인생과 신앙의 농사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가시 덤불들(불신과 의혹, 미움과 상처)을
걷어내야죠.
작물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돌들(게으름과 나태함, 분노와 악감정)을 말끔히 골라내야 합니다.
양질의 퇴비를 흩뿌린 다음, 뒤집고 또 뒤집어야 합니다.

좋은 땅이 되기 위해 보다 자주 우리 인생의 밭을 뒤집어야겠습니다.
틈만 나면 물구나무서기를 해야겠습니다.
기존의 고착화되고 편협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과감히 뒤집어야겠습니다.
그것만이 좋은 삶의 토양을 마련하고, 백배의 열매를 위한 가장 좋은 비결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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